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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 '황우석 광장' "내일은 또 어느 글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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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 '황우석 광장' "내일은 또 어느 글이 사라질까"

황우석 대리인, "빌린 16억 돌려달라"는 글 삭제 요청

"내일은 또 어느 글이 사라질까."

다음 카페 '황우석 광장'에 올라온 글들이 최근 들어 속속들이 사라지고 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대리인이 다음 측에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탓이다.

다음 권리침해신고센터는 지난달 25일부터 '황우석 광장' 운영진에게 "황우석의 대리인이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해당 게시물을 임시 접근금지 조치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이후 매일같이 특정한 글에 대해 '접근 차단'이 이뤄져 왔고, 그 횟수는 지금까지 수십여 건에 달한다.

접근이 차단된 글은 주로 황우석 전 교수가 지지자로부터 16억여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이다. '황우석 광장' 운영자는 "황 전 교수는 지지자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돈이 건너간 증거나 증인들의 글들이 기록에 남으니 (누군가가) 증거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황우석 광장 화면 캡쳐

황우석 전 지지자 "빌려간 16억 돌려달라"며 소송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20일 부산의 사업가이자 황 전 교수의 지지자였던 김모 씨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 파문 이후인 2006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연구지원금과 차용금 명목으로 빌려간 16억여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김 씨는 신청서를 통해 "황 전 교수가 '중동지역에서 3000억~4000억 원의 투자금이 들어오는데 3억 원 정도의 유지금이 필요하다', '줄기세포도 곧 만들어서 발표가 될 것' 등의 발언을 통해 모두 16억6000만 원을 빌려갔다"고 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현금을 인출해서 황 전 교수에게 직접 전달했지만, 이후 논의는 황 전 교수의 지인인 경북 영천시 한 사찰의 이아무개 스님과 황 전 교수와 함께 셋이서 진행했으며, 빌려주기로 한 돈은 이 스님 명의의 계좌에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몇 개월이면 된다던 연구가 6년이 지나도 결론을 못 내고 있고, 빌려간 돈을 돌려달라고 여러 번 독촉을 했지만 (황 전 교수는) 전화를 피하는 등 일부러 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지난해부터 '황우석 광장'에 꾸준히 올려왔다.

'황우석 광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김 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정확히 5일 뒤인 지난달 25일부터 이 카페에는 황 전 교수에 대한 의혹과 비판을 올린 글들이 모두 블라인드 처리됐다.

김 씨와 함께 카페에서 활동하는 임지수(가명) 씨는 "황 전 교수가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 그 증거로 제시한 통장사본, 김 씨와 황 전 교수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 등이 모두 없어졌다"며 "황 전 교수에게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차명으로 부동산 소유한 의혹 제기한 글도 삭제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6일에는 황 전 교수가 '황만석'이라는 차명으로 땅을 소유해왔다는 의혹을 담은 글이 삭제됐다.

이날 한 게시자는 '황우석 광장' 게시판에 지난 2006년 1월 "황 전 교수가 황만석이라는 사람과 100억 원대 농장을 공동 소유하면서 황만석 씨의 강남 소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한다"고 보도한 <시사저널>과 <프레시안>의 기사를 올렸다. (☞바로가기 : '가난한' 과학자? 황우석은 100억대 '땅 부자')

이 게시자는 글 말미에 땅을 소유한 '황만석의 성명(명칭)'이 그동안 착오였으며 지난 2007년 9월부터는 '황우석'으로 정정됐다는 내용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를 함께 첨부했다. 이를 통해 황 전 교수가 차명으로 관리하던 경기도 퇴촌면의 땅을 다시 자신의 명의로 돌려놨다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가 올린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황우석 지인 이아무개 스님 "내가 직접 대리인 내세워 게시물 차단 요청"

황 전 교수가 직접 대리인을 내세워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프레시안>은 황 전 교수와의 전화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황 전 교수와 함께 '황우석 광장'의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경북 영천시 한 사찰의 이아무개 스님은 "게시물에 나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이 있어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임시조치로 내가 직접 대리인을 내세워 게시물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리인이 다음 측에 권리침해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동의'했다는 증거로 황 전 교수의 자필서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타인이 황 전 교수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고 자필서명을 조작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황 전 교수의 대리인이 이아무개 스님의 대리인과 게시물 차단을 요청한 시점이 일치하는 만큼, 황 전 교수도 직접 대리인을 내세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이 황우석 관련 의혹 못 보게 하려는 조치일 것"

그렇다면 황 전 교수의 대리인은 왜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을까. 임 씨는 "요즘들어 황 전 교수는 '매머드 복제' 등으로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연구를 하려면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데, (게시물 삭제 요청은) 투자자들이 '황우석 광장'에서 황 전 교수가 돈세탁을 했다거나 100억대 자산가라는 글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지난 2006년 서울대에서 교수직을 파면당한 황 전 교수는 최근 재기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그는 언론과 접촉을 끊은 지 5년 5개월 만에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과학자로서 실험실을 떠나 외도의 길을 걸은 시간을 참회하며 연구에만 매진해왔다"며 "염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국민이 기회만 주신다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 복제된 코요테를 안고 있는 황우석 전 교수. ⓒ연합뉴스
한 달 뒤인 10월 황 전 교수는 논문이 검증돼 학술지에 채 실리기도 전에 "개의 난자를 이용해 멸종 위기의 코요테를 복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논란을 사기도 했다. 코요테는 인간이나 들쥐와 같은 등급인 '최소 관심' 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멸종 위기의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지난 2007년 이병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코요테가 포함된 개과 동물인 늑대를 복제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황 전 교수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원이 "코끼리 난자를 이용해 멸종된 매머드를 복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일부 과학계는 "매머드 복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성급하게 의지부터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연구성과 발표에 대해 고영규 고려대 생물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KBS <취재파일4321>에 출연해 "일반 대중을 통해서 자기 과학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정치적인 행위밖에 안 된다"며 "예를 들면 그걸 통해서 대중들에게 호소해서 연구비를 좀 딴다든지 하는 것은 사실 반칙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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