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과 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1기 전국위원회 제5차 회의와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가 각각 개최되었다. 통상 이 두 회의는 같은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를 '양회'(兩會)라 한다. 이번 회의는 현 지도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성격이 짙고, 새로운 지도부의 인선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금년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 대회에 앞서 치러지는 최대 국정 행사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회의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양회는 지난 정부의 정책과 이상을 계승하고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란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사회 각 분야는 본 회의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양회 개최에 즈음하여 중국 지도부의 최고위급이 참가한 중앙정치국회의와 국무원상무회의에서 이미 양회와 관련된 주요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월 20일 개최된 중앙정치국회의에서는 "안정적 성장(穩增長), 물가통제(控物價), 구조조정(調結構), 민생안정(惠民生), 개혁견지, 조화촉진(促和諧)"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한다는 것을 금년의 국정운영 방향으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월 15일 열린 국무원상무회의에서 경제체제에 대한 개혁을 위한 연구 과제를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2012년 중국정부의 국정 운영의 핵심이 경제체제 개혁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의는 경제체제 개혁의 필요성이 어느 시기보다도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개혁만이 과학적 발전을 제약하고 있는 각종의 모순과 체제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012년 '양회'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 점이 중심이 되어 전개되고 있다. 즉, 경제 분야에 있어 발전과 변화를 어떻게 조정해 나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정치와 경제 분야에 있어 '중국식 개혁'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주제를 둘러싼 논의와 검토가 제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를 중심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는 새롭게 등장할 신지도부에 있어서도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혁을 위한 분위기 조성 또한 특이하다고 하겠다.
▲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 |
양에서 질로의 성장모델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대외경제 환경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전환승급'(轉型昇級, 전환을 통한 업그레이드)의 가능성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양회에 앞서 폐막된 지방 차원의 양회는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중국의 33개 성(省), 자치구, 직할시 및 특구 등의 국내총생산(GDP)을 조사한 결과, 1조 렌민비(RMB)가 넘는 지역이 전년보다 5개나 증가하여 23개에 이르고 있고, 이는 중국 전체 GDP의 3분의 2에 해당된다. 더욱이 지방정부는 각기 2012년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씩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각급 정부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즉, 경제성장 지표 자체에 대한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과 성장모델 및 방식에 대한 전환, 내수확대와 민생안정 및 신 성장 동력 모색이 지방 차원의 양회에서도 최대 화두가 되었다.
중국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가 지난 30여 년간의 고속성장에 따른 구조적 조정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성장 속도 조절을 통한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자원에 대한 효율성의 제고로 안정적인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동남부 연안지역인 상하이(上海), 저쟝(浙江), 광둥(廣東) 등 지역에서는 '전환승급'의 가속화를 2012년의 업무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서부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추세는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하이테크산업과 현대적 서비스업 등의 육성 필요성에 정부와 관련된 각 업계가 공감하고 있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육성방안 및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억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에 있어 불안정하고 비협조적이며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선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발전은 지속적인 개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 중국은 또 한 차례의 전반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은 대내외적 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개혁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상황을 보면 개혁의 추진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이 분분하다. 민간부문에 대한 개혁 요구는 정부의 개혁보다도 앞서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혁이 절박하다는 것도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물론 중국 정부 내부에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이다.
▲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1기 전국위원회. |
중국공산당의 불가피한 선택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 20주년을 계기로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溫家寶)가 정부 주요 관리들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개혁 논의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가 "개혁이 없으면 죽음뿐(不改革就是死路一條)"이라고 한 말은 1992년 덩샤오핑이 광저우(廣州)에서 했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지난 1월 31일 국무원 전체회의에서도 "우리는 솔직히 인민대표와 인민 대중에게 보고함으로써 인민 대중이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반드시 간단없이 경제체제와 정치체제 등 각 영역의 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월 23일 <인민일보>에 게재된 "(완곡한) 비평을 할지언정, 위기는 없어야(寧要尾絲, 不要危機)"란 평론은 불완전한 정책 개선을 택할지라도 개혁의 리스크는 피해야한다고 했지만 중국이 다시 한 번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전진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사회적 공론으로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의 방향과 방법이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체제개혁은 경제개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제개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일단 개혁을 추진하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에 공감하고 있다. 전반적인 개혁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는 선에서 정책결정자들은 개혁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개혁을 추진할 경우, 급격한 개혁보다는 오히려 점진적인 개혁에 중심을 둘 것이다.
비록 개혁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의견이 어떻게 정리되었든 간에 개혁을 위한 사회적 동력은 이미 빠른 속도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새로운 개혁은 점진적일 수 있으나,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다는 점은 특기 할만하다.
2012년 '양회'는 각종 개혁 조치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개혁 자체를 유보하는 일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도부도 개혁이 늦 춰지면 모종의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남순강화'가 지난 지 20년이 된 지금, 중국지도부는 중국식 성장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같은 개혁에의 인식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 정도의 변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 이번 '양회'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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