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에 참여했던 외국인 활동가 2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지 건설 반대 운동 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이들을 국외추방하겠다는 방침이다.
서귀포경찰서는 14일 특수손괴 혐의로 영국 출신 앤지 젤터(61) 및 프랑스인 활동가 벤자민 모네(3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젤터 씨는 지난 12일 오후 6시경 철조망을 절단하고 발파 작업이 진행 중인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다.
모네 씨도 이날 오후 4시50분경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에 접근해 해군이 설치한 철조망을 뚫고 기지 내 굴착기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였다가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모네 씨와 함께 굴착기 위로 올라갔던 활동기 김 모 씨도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이들과 함께 연행됐던 13명은 풀려났다. 지난 7일 구럼비 해안 인근에서 첫 발파작업이 이뤄진 후 13일까지 경찰에 연행됐던 주민 및 활동가는 68명이다.
영국 국적의 젤터 씨는 지난달 24일 제주 국제평화회의 기조연설차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이후 강정마을에 머물며 주민 및 활동가들과 함께 시위를 벌여 왔다. 1980년대부터 평화운동을 벌여온 젤터 씨는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추천되기도 했다.
프랑스 국적의 모네 씨는 NGO인 월드 어셈블리 소속 평화운동가로 지난해 6월부터 제주에 머물면서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기지 시공사의 첫 발파가 이뤄진 지난 7일 발파를 막기 위해 카약을 타고 해상으로 나갔다가 해경이 가로막아 카약이 뒤집히는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는 대신 신병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넘겼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날 젤터 씨 등을 출입국관리법위반혐의로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던 미국인 활동가 알파 뉴베리(30) 씨가 강제 출국한 바 있다. 외국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추방하는 게 외교적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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