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편성채널과 계약을 맺고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외주 제작사들이 지난 석 달 간 숱한 피해를 입었다며 성명서를 내, 종편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130개 독립제작사들의 모임인 독립제작사협회는 13일 성명서를 내 제작사들의 다양한 피해사례를 적시하며 그간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조속히 이뤄지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협회는 지난달 23일 '종편 피해보고 및 대책회의'를 열어 회원사들의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바 있다.
협회에 따르면 독립제작사들은 특히 조기종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한 제작사는 프로그램 특성상 스튜디오 세팅을 하듯 버스의 외관을 래핑(프로그램 홍보물로 도색)하는 데만 5000여 만원을 투입하는 등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사전제작에 나섰으나, 프로그램을 사기로 한 종편이 개국 초기 한 달 간 고작 4회 방영한 후 프로그램 종료를 결정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제작사가 건진 투자비는 버스 매각대금인 600만 원이 전부다.
한 제작사는 프로그램 기획과 방송 포맷까지 전부 제작해 종편에 프로그램을 공급했으나, 종편이 관련 프로그램은 종료한 후, 자체기획을 하기로 결정해 마찰을 빚었다. 해당 종편이 포맷안을 넘기라고 제작사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포맷은 그 자체로 방송사 간 로열티 거래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인데, 이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짜로 사용하려 했다는 얘기다.
특히 종편과의 계약을 많이 따낸 제작사일수록 그 피해가 컸다. 한 제작사는 지난 두 달 간 7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나 대부분이 불방되거나 조기종영돼, 수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종편의 편성 미비로 인해 광고주의 협찬이 끊기자, 이를 핑계로 프로그램을 종영시킨 종편채널도 있었다. 한 제작사는 제작비 4000만 원을 끌어오고 광고주 협찬액만 15억 원을 확보했으나, 해당 종편이 관련 프로그램 상영시간을 계속 옮기다 편성을 제대로 잡지 못해 광고주를 잃게 됐다. 이에 불만을 품은 종편이 협찬이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을 종영시켜 버린 것.
이와 같은 사례는 근본적으로는 지상파 방송사부터 이어진 이른바 '갑과 을'의 지위에 따른 방송산업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대부분 프로그램은 중소 제작사가 협찬까지 전부 확보해야만 프로그램 편성이 잡힌다"며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을 제작사가 대신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계약서를 쓰지 않는 관행 역시 중소 제작사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제작사 관계자는 지적했다.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도 상당수가 제작비와 편성시간에 대한 계약서 작성도 없이, 일단 제작에 들어간 후에야 계약서를 쓰는 관행이 종편에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장은 종편의 이와 같은 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제작사들은 입을 모았다. 워낙 시청률이 저조하다보니, 종편이 프로그램 제작 규모를 줄이고 이 과정에서 애꿎은 제작사만 큰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독립제작사협회는 성명서에서 "종편은 출범 이전인 2010년, 지상파방송사의 불공정거래를 일소하고 공정한 거래를 정착시키자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개국 이후 3개월도 안 돼 '갑'의 월권과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결국 종편사가 자신들의 시행착오에 따른 피해를 독립제작사들에게 떠넘기고 그 피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같은 방송인으로서 심한 부끄러움과 동정심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후속대책으로 피해 제작사의 손해내용을 보상하고, 월권이 심각한 외주운영을 즉각 중단하며, 불공정 거래 관행을 해소할 것을 종편에 요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종편이 출범 초기를 지나며 시청률이 저조하자 재방송비율을 전보다 늘리고 콘텐츠 생산 자체를 줄이는 상황"이라며 "아무런 대책 없이 방송을 시작해놓고, 이제 와서 그 피해를 제작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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