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몰리브의 새 정부를 합법 정부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11일 몰디브에 파견되는 로버트 블레이크 국무부 남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자리에서 물러난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이번 사태가 평화롭게 해결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나시드 전 대통령의 자리를 이어받은 모하메드 와히드 부통령에게도 대화를 통한 연립정부 구성 약속 준수를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눌런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나시드를 '전 대통령'(former President)으로, 와히드를 '대통령'으로 칭해 몰디브의 권력 이양을 인정함을 시사했다. 미 국무부는 눌런드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해 "미국은 몰디브의 새 정부와 함께 일을 하겠지만 권력 이양을 둘러싼 상황은 투명해야 한다"며 "모든 몰디브 정당이 이를 위한 독립적인 (이양) 방법에 동의해야 한다"라고 별도로 부연했다.
하지만 나시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하야에는 군부의 무력 쿠데타 위협이 있었고, 와히드 부통령이 이에 관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새 정부의 적법성을 먼저 인정한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정례브리핑 내용에 대해 "미 국무부는 (몰디브의) 정권 교체를 위헌이라고 부르길 거절했다"라고 표현했다.
신문은 또 나시드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거 마문 압둘 가윰 독재 정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1988년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개입하기도 했던 인도도 이번에는 와히드 정권의 출범에 축하의 뜻을 전달했다.
▲ 지난 7일 하야를 발표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이 수도 말레에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나시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앰네스티(AI)는 9일 몰디브 경찰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지부는 8일 시위대들이 관공서에 불을 지르고 경찰서를 점거하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이기 이전에 경찰이 시위대를 먼저 공격했다고 밝혔다.
민주화 인사로 2008년 몰디브의 첫 민주선거에서 당선됐던 나시드 전 대통령은 지난달 가윰 전 대통령의 측근을 임의로 석방한 판사의 체포를 명령했다가 친 가윰 진영의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면서 7일 하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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