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거래소는 ㈜한화가 상폐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한 결과 "㈜한화가 제출한 경영투명성 개선방안이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해, 상폐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초유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 주식은 이날(6일)부로 정상 거래됐다. ㈜한화가 지난 주말(3일) 임원의 배임사실을 공시한 터라, 결과적으로 주식 매매거래 정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이번 심사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돼, 곧바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났다.
통상적으로 임원의 횡령·배임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거래소의 상폐 실질심사 대상 여부 판단 시일은 보름 이상이 소요된다. 경영상태가 지극히 불투명하거나 영업 상황이 어려운 기업의 경우 길게는 한 달에 달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전직 대표이사의 배임혐의로 상폐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던 온세텔레콤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공시 이후 15거래일이 지난 7월 28일에도 조사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고, 한 달이 넘게 지난 8월 19일에서야 심사 대상을 결정했다.
㈜한화가 결과적으로 주식 매매 정지 기간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논란거리다. 한국거래소가 거래 정지까지 공시한 후 곧바로 거래를 정상화시키기로 결정한 사태는 사상 처음이다.
이런 정황에 비춰보면, 단 사흘 만에 상폐 대상에서 제외가 확정된 ㈜한화의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한국거래소의 발표로 ㈜한화는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재벌 특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청계천에서 바라본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의 모습. ⓒ뉴시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곧바로 성명을 내 "한국거래소의 이번 조치는 형평성에 위배됨은 물론, 기업 공시 등에 대한 감시 업무를 통해 투자자와 주주를 보호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것"이라며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한화가 배임혐의를 지난해 확인하고서도 그간 공시를 하지 않았는데,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은 것 또한 한국거래소의 불성실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공시 관련 규정을 강화해 배임·횡령 혐의만 있어도 공시토록 규정한 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거래소가 이를 지키지 않은 건 분명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뒤늦게 ㈜한화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경영·재무 상태가 나쁜 기업들과 달리 ㈜한화는 요구하는 자료를 제때 갖다 줘 판단이 빨리 이뤄질 수 있었다"며 "영업과 재무 부문에는 '클리어' 했고, 경영 투명성 제고와 관련한 대책도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주식 거래정지를 시킨 기간이 주말이라, 결과적으로 거래정지가 나타나지 않은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처럼 자기자본이 2조 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상폐 실질심사 대상여부 판단 기준은 횡령·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2.5%가 넘을 때다. 자기자본 2조 원 이하 기업은 이 비율이 5% 이상일 때 심사 대상이 된다.
㈜한화 경영진의 횡령·배임 금액은 자기자본 2조3183억 원의 3.88%에 달하는 899억 원이다. 검찰은 지난 2일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 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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