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북극에서 불어 닥친 한파는 지난 주 동유럽에서만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최악의 인명 피해가 난 곳은 우크라이나로 지난 주말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면서 현재까지 13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추위로 얼어 죽은 노숙자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저체온증으로 병원에 실려 간 환자만 1800명에 이르렀고 7만5000명이 임시보호소 3000여 곳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보스니아에서는 2m가 넘는 눈이 쌓여 사상 최악의 적설량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헬리콥터를 동원해 응급환자 구조와 식량 전달에 나섰다. 수도 사라예보에도 3일부터 1m 넘는 눈이 쌓여 비상 상태가 선포됐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도로는 폐쇄됐으며 전차도 운행을 중단했다. 식수가 부족해졌지만, 주민들은 식료품점까지 다녀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4일 사라예보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정상들의 귀국길도 폭설에 가로막혔다.
▲ 4일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시민들이 눈 속에 파묻힌 차량을 꺼내고 있다. ⓒAP=연합뉴스 |
폴란드에서는 노숙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53명이 목숨을 잃고 루마니아에서도 34명이 숨졌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가난한 국가인 불가리아에서는 길거리나 난방이 되지 않은 집안에서 도합 16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9명이 사망한 세르비아에서는 산간 지역에 고립된 약 7만 명이 경찰과 군대가 전달하는 보급품에 의지하고 있다.
평소 눈이 드물었던 크로아티아의 해변 지역에도 폭설로 3명이 사망했다. 폭설로 고립된 한 마을에서는 출산이 임박한 여성이 구급차가 눈길에 막혀 도착이 늦어지자 주민들의 도움으로 집에서 딸을 출산하기도 했다. 5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핀란드에서는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 가운에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파와 폭설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프랑스에서도 잠옷 바람으로 외출한 알츠하이머 환자가 동사한 것으로 포함해 3명이 숨졌다. 혹한으로 프랑스 전체의 전력 사용량은 2년 새 최고치에 육박해 정부가 5일 전력 부족을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6㎝가 넘는 폭설이 내리고 안개가 끼면서 히스로 공항에 5일 예정된 항공 운항 1300편 가운데 중 절반이 최소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쓰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쳐 전력이 끊기면서 약 8만6000명의 시민들이 혹한에 신음했다. 로마에서도 27년 만에 10cm의 눈이 내려 도로가 얼어붙고 차량도 도로에서 수 시간씩 발이 묶여 폭설에 제설장비를 제대로 동원하지 못한 시 당국을 향해 불만이 터져나왔다. 나폴리에서는 눈으로 뒤덮인 차량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중해 남쪽에 접한 아프리카 국가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10cm의 눈이 쌓여 16명이 눈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리스에서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폭우가 내려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 5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르수아 제네바 호숫가에서 혹한에 꽁꽁 얼어붙은 자동차와 나무를 뒤로하고 사람들이 길을 재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한편, 혹한으로 유럽 내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 수입되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스 부족 사태도 우려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오스트리아 국경을 경유해 이탈리아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가 최근 10%가량 줄었고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도 공급량이 각각 7%,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유럽에 최대한의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며 수송관이 통과하는 우크라이나가 계약분 이상의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가스프롬은 4일 유럽 국가들이 원하는 만큼의 가스 공급은 러시아 내 난방 수요 급증으로 인해 채우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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