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단초가 됐던 1995년도 성균관 대학 본고사 문제 오류에 대해 대한수학회가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사건 발생, 17년 만이다. 대한수학회 회장인 서동엽 KAIST 교수는 31일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김명호 전(前) 성균관대 교수가 이상이 있다고 제기했던 1995년도 성균관대 입시 수학 문항이 잘못됐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 발표가 1995년 당시에 나왔다면, 김명호 전 교수의 석궁 사건 자체가 없었을 게다. 그러나 당시 대한수학회는 성균관대 입시 문항의 오류 여부 판단을 의뢰한 사법부의 요청에 대해 "특정 대학의 인사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만 보냈었다.
1995년도 성균관대학 수학 본고사 문제의 오류는 이과 수학을 배운 고등학생이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수학계를 대표하는 대한수학회가 공식입장 발표를 회피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물론, 이 사건이 보도되자 오류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수학자들도 많이 있었다. 전국 주요 대학의 수학과 교수 189명이 "성균관대 입시 문항에 수학적인 오류가 있으며,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도 문제가 있다"고 연대 서명해 법원에 제출했었다. 또 미국 수학회 전 회장, 예일대 교수 등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대체 왜 대한수학회는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던 걸까. 서동엽 현 대한수학회 회장은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대한수학회 집행부가 왜 사법부의 오류 여부 판단 의뢰를 회피했는지 그 배경을 알 수 없다"라고만 말했다.
대한수학회가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 뒤늦게나마 입장을 낸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가치 판단이 전혀 개입돼 있지 않은, 단순한 수학 문제 오류조차 대학의 눈치만 보며 덮어두려 했던 수학자들의 명예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흥행과 반비례하는 곡선을 그리며 추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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