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
"오빠, 나 정말 힘들지만 이겨낼 거구
이겨낼 수 있어요."
이렇게 다짐하던 자연이가
스스로 목숨은 끊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
"내가 불쌍하다."고
유서처럼 남긴 마지막 편지를 다 읽고
나는 골방에서 술을 마셨다.
이 딸 같은 여식의 죽음에 아무 힘이 못되는 자괴감에
아무 응변도 못하는 기성세대의 답답함에
이미 상류층 남권문화가 되버린 한국의 젊은 여성 인신매매에
정치계도, 검찰도, 기업도 당연한 풍토가
되어버린 고질적 한국문화병에 절망하며
쓴 소주를 마신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는커녕,
노예계약으로 성상납을 강요하는 비열한 기성세대에게
한국 청년들은 무엇 때문에 침묵하는지
이제 알거 같다.
이 거대한 철벽 남권폭력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나는 오늘도 참 미안하다.
장자연님이 죽음으로 이 사회에 울부짖었던 질문에
나는 대답해야 한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한국문화가 바로서지 않으면
국격도 복지국가도 일류국가도 문화선진국가도
모든 것이 사상누각인 것을,
나는 오늘
장자연의 자필 편지를 읽고 흐느껴가며 뉘우친다.
불쌍한 우리 자연양 넋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술잔을 놓고 붓을 쥔다.
이 절망 같은 한국문화를 이겨내라는
장자연님 영혼의 편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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