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6일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을 내놓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예외 조항이 너무 많아 사실상 공공기관에 '정규직 고용에 대한 책임 회피권'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16일 논평을 내고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한 상시업무 판단 기준부터 문제가 있다"며 "'향후에도 2년 이상 지속될 업무'라는 판단기준은 그 불확실성으로 인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바꾸어 말하면 2년 이상 일해온 비정규직일지라도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될 업무'에 종사하지 않았으면, 사업자는 해당 노동자를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인 공공기관의 근무평가(능력 및 태도 등)를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준으로 삼아 이에 미달하면 전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 역시 해당 노동자의 '업무 태도' 등이 불량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이 무기계약직 전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민주노총은 이 조항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이 사용자의 노동지배와 노동강도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지적도 일었다. 민주노총은 "지침에서 무기계약직일지라도 근무실적이 불량하거나, 사업·예산의 축소 또는 폐지 시 고용관계 종료가 가능함을 명기했다"며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사업의 변경과 매년 결정되는 예산에 따라 또 다시 파리 목숨 신세"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의 예외는 폭넓게 인정된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전문직,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 전문강사, 시간강사 등을 제외하는 식으로 폭넓게 예외를 뒀다"며 "적용범위까지 축소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고용개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부족을 절감케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상시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되는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며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간접고용 등 규제를 회피하려는 사용자들의 편법을 일소하는 대책만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존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완전히 철폐시킴으로써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의 탐욕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일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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