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터넷 해적 행위 방지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터넷 해적 행위 방지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

美 의회서 불법 복제 논란 재점화

미국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웹사이트를 제재하는 법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저작권단체 진영과 인터넷 기업 진영이 서로 대립하면서 정당한 사용료 지불과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개의 가치가 정면 충돌했다.

발단은 지난해 텍사스주의 하원 의원 라마 스미스가 발의한 온라인해적행위방지법(Stop Online Privacy Act, SOPA)이다. 이 법은 개인이나 업체가 자신이 보유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웹사이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미 법무부가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를 통해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골자다.

SOPA는 또 문제가 된 사이트에 유료 결제를 지원하는 '페이팔' 등의 서비스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나온 저작권 침해 방지안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이 법안은 미 상공회의소(USCC), 전미영화협회(MPAA), 음반산업협회(RIAA) 등 인터넷 저작권 단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MPAA의 경우 지난달 성명에서 "저작권 침해로 인해 연간 58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하며 37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화 콘텐츠 복제의 폐해를 호소하고 있다. 음반협회 역시 MP3 파일 불법 공유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해 온 단체다.

여기에 <ABC>, <ESPN> 등 기사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그룹도 SOPA 통과에 팔을 걷어붙였다. <폭스TV>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소유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도 그 중 하나다. 머독은 최근 수년간 뉴스 콘텐츠 유료화를 주창하며 구글 등의 검색업체가 기사 콘텐츠를 훔쳐간다고 비판해 왔다.

머독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근 수일간 SOPA 반대 의사를 밝힌 백악관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고 있다. 그는 "해적 행위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위협하는 실리콘밸리의 '페이마스터'(paymaster,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오바마가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인터넷 해적 행위가 영화산업 등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SOPA에 반대하는 미 시민단체의 웹자보. ⓒFightForTHeFuture.prg

"해적 행위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될 수 있어"

반면 백악관이나 인터넷 서비스업체 진영에서는 SOPA가 해적 행위 단속을 넘어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14일 하워드 슈미트 사이버보안조정관 등 백악관의 인터넷정책 핵심 참모 3명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온라인 도용 방지를 위한 노력은 합법적 활동이 검열당할 수 있는 위험을 배제해야 하며, 중소기업의 혁신 활동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외 웹사이트에 의한 온라인 도용은 심각한 문제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면서도 "표현을 자유를 침해하고 사이버 보안 위험을 오히려 확대하는 법안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OPA와 더불어 미 상원에 제출된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이 통과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대형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SOPA에 대해 '사상 최악의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P2P 등 불법 공유 홈페이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들 홈페이지에 저작권이 걸려있는 음악이나 영상을 올리는 경우, 혹은 불법 콘텐츠가 검색 결과에 포함되는 경우에도 홈페이지를 차단할 수 있다.

많게는 수억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법상으로는 몇몇 이용자들의 해적 행위만으로도 사이트 차단이 가능해져 나머지 다수가 미국 수정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술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게 불가능해 법안이 제 기능을 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미스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해적 행위가 발생한 웹사이트의 도메인 주소는 차단할 수 있지만 '숫자로 이뤄진 원주소'라 할 수 있는 IP 주소는 차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평소에 익숙한 홈페이지 주소로 접속하는 초보 이용자들만 법안에 영향을 받을 뿐 전문 이용자들은 해당 IP 주소를 기억해 서비스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등의 도메인 주소를 제공하는 업체 '고 대디'(Go Daddy)가 초기 SOPA 찬성 진영에서 이탈해 반대 진영으로 돌아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효과적인 규제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중요한 고객만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MPAA나 RIAA가 '소탐대실'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적 행위가 전면 금지되어 그만큼의 수익이 확보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반면, 이미 영화나 음악을 홍보하는 중요한 채널로 자리잡은 구글·페이스북 등과 대적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머독은 트위터에서 "해적 행위의 리더는 구글을 통해 영화를 공짜로 실시간 재생하고 그 영화를 이용해 광고를 팔고 있다"며 "수백만 달러를 로비에 퍼붓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공격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 진영도 할말이 없다. 지난 2년 간 연예산업계가 의회 로비에 들인 돈은 IT 산업계 로비 비용의 약 10배에 달한다. 법안을 발의한 스미스 의원도 지난해부터 연예산업계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6만800달러로 다른 업계 후원금을 압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