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이들은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우값 폭락 대책을 마련하고 암소 30만 마리를 수매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우협회 11개 지부 회원들이 소 1000여 마리를 끌고 와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이 남상주 IC, 곤지암 IC, 안성 IC 등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 각지에서 이들의 진입을 차단, 소는 한 마리도 서울로 들어오지 못했다.
경기도 북부에서 출발한 농민 일부는 차량을 동원해 국회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대신 한우협회 지도부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우 농가의 입장을 대변했다.
▲5일 오후 2시 한우협회 등 축산업계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한우가격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프레시안(이명선) |
이들은 "군장병 식사에 일부 한우 지급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로 인해 한우 가격이 오르면 다시 정부가 수입산 쇠고기로 대체할 것"이라며 "당장 암소 30만 마리를 정부가 매입해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호경 한우협회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 한우산업은 최소한의 경쟁력 마지노선인 40% 관세를 포기하는 희생을 감수했으나, 정부는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한우 농가에 지속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지난 4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지금 한우산업은 FTA 대책은 고사하고 당장 반토막 난 소값 하락으로 인해 소를 키울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저도 200두 소를 키우는데, 더 이상 키울 여건이 되지 못해 최근에만 40두가 죽었고, 그 사이 빚만 늘어났다"며 "정부에서 이런 현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농가는 지속적인 소값 하락으로 소를 키울 수 없을 지경이다. 육우 수송아지 가격이 삼겹살 1인분 가격인 1만 원대까지 폭락했는데도 매입수요가 붙지 않아, 농가에서는 먹이를 주지 못한 송아지가 굶어 죽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우 암송아지 가격은 92만1000원을 기록, 전년동월 가격 217만4000원에 비해 57%나 폭락했다. 도축용 수소 600kg은 같은 기간 533만7000원에서 40% 급락한 319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사료값은 해외 곡물파동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 최근에는 연간 소 사육비의 50%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았다. 한우협회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한우 비육우의 마리당 평균 사육비는 607만 원에 달하며, 이 중 사료비는 육우와 비육우 모두 300만 원대에 달한다. 육우의 경우 현재 시세가 200만 원대다. 2년 동안 육우를 키워도 손해만 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육우의 경우 24개월, 한우는 32개월가량 키운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최근 육우 수송아지 가격이 1만 원대까지 내려갔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협회로 송아지를 애완용으로 키우려는 문의전화가 온다"며 "개탄할 일"이라고 한탄했다.
우영묵 한우협회부회장은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지나치게 늘어난 건 농가의 책임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적정두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협회에서도 지속적으로 했으나, 근본적으로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그간 정부는 오히려 우리 고기 자급도를 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농가가 소를 키우도록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또 "구제역 파동 이후 농가에서 그나마 수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은 소뿐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캐나다 소를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전남 한우협회 회원 300여명이 송아지를 앞세운 채 '한우값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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