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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살고 힘없는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 기간제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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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살고 힘없는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 기간제 쓰나"

[현장] 보건소 방문간호사가 구청에서 노숙하는 이유?

- 연말이면 잘리는 사람들

내가 해고된 사유는?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서"
12월31일 밤, 60대 비정규직 해고 날벼락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구로구 보건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방문간호사 두 명이 문자 메시지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서울시가 올해 방문간호사 증원 예산을 31억 원 추가 책정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구로구 보건소에서 2년째 일했다가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방문간호사 최명희 씨(가명·49)는 "10개월 계약, 2개월 강제 해직, 재계약을 반복하는 잘못된 방문간호사 계약제도에 대해 구로구청과 보건소에 문제 제기했다가 보복성 해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방문간호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간호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일대일 서비스인 만큼 지속성이 중요한 사업이지만, 방문간호사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1~2년마다 보건소를 옮겨야했다.

구로구 보건소의 방문간호사들은 그동안 10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왔고, 2개월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강제로 쉬었다. 방문간호사의 불안정한 고용상태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2010년까지 1년 중 2개월은 방문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구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간호사들의 장기 고용을 회피했다. 근로기간이 1년이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두 간호사는 지난해부터 일인시위, 구청장 및 보건소장 면담을 통해 "고용 불안을 해소하라"고 요구해왔다.

지난달 15일 구로구 보건소장은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간호사들에게 "무언의 교감으로 알지 않겠느냐"라며 "다시 응시할 경우 기존 간호사들에게 어드밴티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달 30일 방문간호사 6명 중 2명은 재고용에서 탈락됐다. 최 씨는 "재고용해준다는 말이 거짓이었다니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1년 정도가 돼야 간호사가 맡은 450가구마다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된다"면서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놨는데 해고돼서 서글프다"고 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방문간호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이기 때문에 10개월 만에 해고되면 담당 가구를 파악하기도 전에 다른 곳에 전보되니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문간호사와 지역주민의 관계는 끈끈했다. 최 씨는 "2주 만에 갔더니 내가 잘린 줄 알고 울었다는 할머니도 있었다"며 "방문간호사와 지역주민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사는 사람이 대상자였으면 간호사를 이렇게 자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못살고 힘없는 사람이 대상자라서 간호사를 기간제로 쓰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재고용에서 탈락된 간호사들은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3일째 구로구청 집무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10개 시민사회단체는 4일 구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간호사 고용보장 문제는 단순히 구로구만이 아니라 전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라며 기존 방문간호사의 고용 보장을 촉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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