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 31일 계약이 해지당한 청소노동자 6명이 지난 2일 법원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집회와 일인시위를 벌였다. 경남 창원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다가, 역시 지난해 12월 31일에 계약이 해지된 시설관리직 비정규직 노동자 20여 명도 지난 1일부터 백화점 앞에 눌러 앉았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서 해고?"
서울고등법원에서 2008년부터 4년째 일해 온 청소노동자 안혜숙(48)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종무식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안 씨는 "이유를 물으니 회사는 지난 9월에 남자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고 하더라"며 "당시 법원에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아서 생긴 일인데 그걸 빌미로 자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억울해 했다.
안 씨는 용역업체가 자신을 해고한 '진짜 이유'는 노동조합 활동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어느 날 팀장 세 명이 나를 불러서 '일에만 신경 쓰고 지부장 자리를 내놓으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며 "노조를 죽이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거절했더니, 그때부터 계속 관리자들에 나에게 트집을 잡았다"고 말했다.
고등법원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는 총 6명.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5년까지 일해 온 이들에게 해고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5년째 일했던 또 다른 해고자 이영순(가명·55) 씨는 "소장이 꽂아서 들어온 소장 부인이 청소일로 문제가 생겨 그만뒀는데, 내가 여기에 문제 제기한 뒤부터 회사에 밉보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열심히 5년 동안 일한 것밖에 없는데 회사에서는 말도 없이 나를 계약 해지시켰고, 현장 소장은 아무 해명도 없이 사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며 "한순간에 종례시간에 그만두라고 하는 게 있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다리가 불편해서 미관상 보기 싫다고 해고된 사람도 있다"며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너무하다"고 덧붙였다.
해고 사유에 대해 용역업체 관계자는 "일단 계약만료로 인한 사유로 인해서 퇴사 처리된 상황"이라며 "휴지 사건과 관련해서는 고등법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밖에 건강 문제나 사무실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부에 (부당 해고에 대한) 진정이 들어간 상황이니 그때 결정 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 2일 롯데백화점 창원점 앞에서 지난달 22일 해고 통지를 받은 직원들이 '부당해고 철회하고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비정규직 부부 해고…다섯 살 아들은 어떡하라고"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많게는 10년까지 시설관리를 해오던 비정규직 노동자 35명도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이상구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창원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35명 중에 부부가 있는데 둘 다 해고된 상황"며 "두 부부 사이에 다섯 살 난 남자 아이가 있어서 더 마음이 침통하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계약 해지 사유는 '용역업체 교체'이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노조에서는 롯데백화점이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고 보고 있다. 이상구 지회장은 "2011년 초에 각부서 주임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연말에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한국노총으로 가면 고용이 보장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전국 100여 개 롯데백화점·마트·매장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창원점뿐이다.
실제로 새 용역업체는 현재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6명, 비조합원 3명과만 다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9명만이 거리에 남았다. 남은 해고자들은 지난 1일부터 출근 투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이 '용역 경비원'들을 고용하면서 충돌도 적지 않다. 노조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용역경비원 30명을 동원해서 백화점 출입을 막고 있다"며 "용역경비원들이 천막도 못 치게 해서 차가운 거리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천막을 치려는 노동자들과 경비원이 충돌해 해고자 한 명이 허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1년도 아니고 10년 동안 일한 직장을 9일 만에 자른 사태도 대기업의 횡포"라며 "대기업이 힘없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내팽개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롯데백화점 측은 노조가 대화를 하자고 해도 공개적인 자리에 나오지도 않는다"며 "온 출입문을 쇠줄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전혀 대화가 없다"고 울분을 쏟았다.
"복직 기다린 지 365일, 고공농성 시도"
1년 전에 해고돼 꼬박 365일 복직을 기다린 노동자에게도 연말연초가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소노동자인 신성호 한국교원대지부 지부장과 상근자인 양인철 조직국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밤 8시경 서대문 독립문 로터리 고가도로 교각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가 2시간여 만에 경찰에 끌려 나왔다. 이들은 "교원대가 해고자들을 복직하겠다는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시도했었다.
교원대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다가 정부규정대로 월급 15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용역업체는 청소노동자 15명을 지난해 1월 1일에 집단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총무과가 '노동조합 때문에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고, 용역비가 많이 올라갔다'며 새로운 용역업체에 노조원을 고용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60세 내외의 해고 노동자들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 총무과는 서면으로 "복직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약속하고, 용역업체는 순차적 복직합의를 해서 이들은 지난해 2월 17일 천막농성을 중단했다. 해고자들은 순차적으로 복직했고, 지난해 12월까지 복직되지 않은 청소노동자 3명이 남았다.
노조는 "교원대가 합의된 대로 해고자의 복직에 노력하지 않고, 청소노동자의 인원을 34명에서 31명으로 줄였다"며 "용역계약서에 없는 소장 자리를 만들어 70세 반장을 채용하고, 4개월여를 고용한 일용직을 해고된 미화원의 자리에 채용해서 복직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관이 들어선 만큼 새 자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학교가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원대 총무과 관계자는 "학교가 용역업체에 해고자들의 복직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제로 시행할 수는 없다"며 "업체 고유 권한인 경영권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학교에) 한 명을 추가할 만한 예산이 없어서 신관에 일용직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또 자리가 나면 나는 대로 추가로 복직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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