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회사.
새해 첫 날인 1월 1일에도 일한다.
구정 연휴 때 못할 일을 미리 해놓는 것이다.
지라펀(가명)과 태국인 동료 4명은 밤 1시까지 일했다.
그날은 토요일이므로 정오부터 밤 1시까지는 잔업 수당을 쳐주어야 한다.
두 번의 식사시간을 빼면 잔업 시간은 11시간.
그러나 사장님은 뜻밖의 말을 했다
"(퇴근할 때) 출근카드 찍지 마."
무슨 의미냐?
언제 퇴근한지 모르게 해놓고, 잔업 수당을 안 주겠다는 뜻이다.
왜 그랬을까?
한 달 전에 월급을 *10프로씩 올려주었을 뿐 아니라 연말에 보너스 50만원 준 것도 무지하게 아깝기 때문이다.
"이 정도 잔업은 그냥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태국인들은 분개했다.
"월급 올려준 건 올려준 거고, 잔업은 잔업이지, 이게 뭐야? 높은 사람이 분명해야지!"
태국인들이 반발하자 관리과장이 무마에 나섰다.
"내일(일요일) 일한 걸로 출근카드 찍어줄 게."
일요일은 쉬지만 8시간 일한 것으로 쳐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태국인들은 납득하지 않았다.
그렇게 쳐주어도 3시간 잔업은 날아간 거니까!
기분이 나빠진 태국인들은 1월 3일(월요일) 15분 늦게 출근했다.
사장님도 화가 났다.
"지라펀, 네가 선동했지? 너 일하지 마."
그녀도 화가 나서 기숙사로 올라가 반나절을 쉬었다.
화요일.
화가 덜 풀린 지라펀은 두 시간 늦게 출근했다.
사장님이 사무실로 호출했다.
"월급 올려준 것 다시 내놔."
지라펀은 월급이 깎일까봐 즉시 고개를 수그렸다.
"잘못했어요."
잠정적인 평화가 왔다.
그러나 노사간의 신뢰는 영영 회복되지 않았다.
3시간 잔업수당 차이로!
결국 두 달 후,
태국인 모두가 회사를 나왔다.
*10프로씩 올려 : 작년 11월 말, 지라펀을 비롯한 태국인 노동자들이 계약 만기가 되어 회사를 떠날 움직임을 보이자, 그들을 붙잡기 위해 월급을 올려주고 연말에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러나 막상 올려주고 나니 아까운 생각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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