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자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개정안은 2017년까지 개인정보 전자칩을 내장한 전자주민등록증을 발급하도록 했다. 개인정보 전자칩에는 성별, 생년월일, 발행번호, 유효기간 등이 담긴다. 또 국외로 이주한 국민이라도 국내에서 30일 이상 거주하기 위해 입국하면 국외 이주국민임이 표시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기술적인 세부사항은 시행령에 위임된다.
참여연대와 진보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26일 성명을 내어 "전자주민증이 도입되면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커지고, 국가가 개인의 상황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전자주민증이 일단 도입되면 나중에는 칩 안에 건강보험도, 운전면허도, 이것저것 넣자는 계획들이 넘쳐날 것"이라며 "누군가 국민의 모든 상황을 한 눈으로 감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여기저기서 주민번호가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함에도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 병원, 그리고 인식기를 설치한 곳곳에서 주민번호와 지문을 전자적으로 긁으라고 한다"며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참인가"라고 반문했다.
진보네트워크는 "정부는 개인 정보를 보호할 법률 조항은 법안에 보장하지 않았고, 특히 개인 정보가 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에 수시로 제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규범은 어디에도 없다"며 "전자주민증은 정보인권에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전자주민증 도입 명분이 주민등록증의 위변조 방지 및 국민편의, 행정효율 등에 있다고 하지만 위변조 건수가 499건에 불과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집적하고 관리,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는 개인 정보는 전용 판독기로만 볼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08년 도입된 전자여권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전자여권 신청자 92만여 명의 주민번호와 여권번호가 여권발급기 운영업체 직원에 의해 해당 업체 본사로 유출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 법의 통과로 덕을 볼 곳은 삼성과 조폐공사 등 전자주민증과 그 인식기의 제조 및 판매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뿐"이라며 "인권침해와 막대한 예산을 무릅쓸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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