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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판결,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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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판결, 무엇을 남겼나?

[이태경의 고공비행]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 보장돼야"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확정판결)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갖가지 음모론과 해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기소를 당하고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되게끔 한 이른바 BBK사건이 워낙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사건이다 보니 정 전 의원에 대한 기소와 판결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해석은 불가피할 것이다.

비록 정 전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종료되었지만, BBK사건과 관련해 허다한 의혹과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 전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발될 것 같지는 않다. 만약 BBK사건이 어떤 계기와 연고를 만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이 발생한다면 정 전 의원이 다시 국민들에게 호명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 것이나, 사법부 혹은 사법작용에 국한시켜서 보면 정 전 의원 사건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줄 수 있을 듯 싶다.

첫째 사법부가 내리는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존중이 필요하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이 간절하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이 정봉주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자 야당과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그룹이 이상훈 재판부를 포함한 사법부를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기실 정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나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부가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었다.

만약 대법원이 정 전 의원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시켰다면 조중동을 필두로 한 수구진영이 일제히 사법부를 질타하고 나섰을 것이다. 틀림없이 조중동은 대법원이 '나꼼수'의 위세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한탄하며 사법부에 융단폭격을 가했을 것이다.

정 전 의원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처지가 얼마나 고단하고 취약하며 불안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사안이 과잉정치화되고 진영논리가 횡행하는 가운데 사법부는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 사법부가 고심 끝에 내놓는 판결도 좌우 양쪽에서 작용하는 원심력에 출렁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진영논리로 바라보거나 재단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법관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자 노력한다. 문제는 형사사법절차를 포함한 사법작용이 대부분-아직 언제나는 아닌 것 같다-실체적 진실규명을 추구하지만, 그래서 판결과 실체적 진실이 일치하길 소망하지만, 항상 성공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진영을 기준으로 법관의 판결을 평가하는 것은 사법부의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이며, 그 동안 힘들게 진척시켜온 사법부의 중립성이 흔들릴 때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단연 돈과 권력을 지닌 힘 센 사람과 집단이다.

물론 사법부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 발견의 추구는 물론이거니와 재판과정이나 증거채택 등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정봉주 판결은 비판받을 부분이 적지 않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법원은 공직선거법 제270조의 규정("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는 날로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법원의 맹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둘째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사법부는 이에 대해 소극주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 및 선관위 등을 포함한 사법부의 결단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와 의회, 정당, 집행부 등이 정치적 의사형성 및 표현을 사법작용으로 규율하고 처단하고 제어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를 포함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사건화 돼 사법의 영역으로 진입하면 사법 특유의 논리(logic)이 작동할 수 밖에 없다.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정치적 의사형성작용에 대한 처단을 사법의 손에 맡기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확보를 위해서는 입법권을 가진 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회는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통해 형법 및 선거법 등에 명시된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유포 등의 죄를 삭제하거나 구성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실 명예훼손이나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배상을 부과하면 족하다. 더구나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제기를 포함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의회의 법개정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검찰 및 선관위 그리고 법원 등이 최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실정법을 해석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법률의 해석 및 적용권한을 지닌 법원의 임무가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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