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한 김용민 씨의 오프닝멘트를 인용해 기말고사 문제로 낸 교사를 두고 "이승만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하려는 목적"을 가졌다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역사교사는 "해당 문제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선일보>가 떠받드는 이승만을 풍자했다고 (비난조로) 보도한 건 지나치다"면서 "그런 식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교육 흔들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선일보>는 16일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선생님 맞습니까'라는 기사에서 중학교 역사교사가 낸 기말고사 문제를 소개하고, 해당 교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공개했다.
해당 문제는 "(A)는 △교회장로다 △대표적인 친미주의자다 △친일파와 손잡았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을 앞세워서 가혹하게 탄압했다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났다 △해외로 망명한 뒤 그곳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등의 예문을 제시하고, 여기에 속하는 대통령의 이름을 물었다.
교사는 이 문제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2009년 5월 시사자키 오프닝멘트를 기말고사에 출제했다"며 "분명히 답을 알려줬는데도 이명박이라고 쓰는 애들이 있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해당 문제에서 나온 발언이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인용됐다"면서 "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은 아니지만 젊어서인지 비판적인 발언이 많다"는 학교 교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자 해당 교사는 자신의 트위터(@junomind)에서 "제가 올린 시험문제를 보고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편향적인 문제를 내도 되느냐, 지문내용이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냐 등등을 물었다"고 적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오세운 역사교사모임 회장은 "해당 문제가 아주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언론에 보도돼서 논란을 벌일 정도의 사안인지 잘 모르겠다"며 "교과서가 이승만을 떠받들지는 않지만, 이승만을 반대했다고 해서 그렇게 보도하는 것도 또한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하려는 '국부' 만들기와 해당 문제(의 논조)가 배치된다"면서 "객관적인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 할 언론이 자기 이념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오 회장은 이어 "문제 만드는 교사가 지문이 빈곤하니 외부에서 자료를 찾으려는 경우가 있다. 수능에서도 교과서 이외의 지문을 활용해서 낸다"며 "김용민 씨가 '나꼼수' 출연진이니까 <조선일보>가 그렇게 반응할 만 하지만, 언론 지문 자체를 활용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선에는 아마 <조선일보>를 인용해서 수업을 하는 교사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러면 교사들이 <조선일보> 인용한 건 문제가 안 되고, CBS를 인용한 건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