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전 1호기에 이어 고리 원전 3호기도 고장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당국이 비상 대응에 나섰다.
고리원자력발전소는 14일 오전 8시36분 "고리원전 3호기의 터빈에 이상이 생겨 발전이 중지됐다"며 "과전압이 걸렸는지 아니면 다른 부품 이상으로 멈췄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리 원전 3호기에서 터빈발전기의 과전압 보호계전기가 동작하면서 발전이 정지됐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원전은 터빈에 과전압이 걸리면 자동으로 가동을 중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고리 원전 3호기와 울진 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95만 킬로와트(㎾)로 국내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각각 1.26%를 차지한다. 전날 월진 원전 1호기에 이어 고리 원전 3호기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날 오전 전력 예비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져 한때 8%에 달하기도 했다.
전력당국은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면서 비상 대응에 나섰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은 비상수급대책회의를 열어 수요관리 약정 고객 4013곳을 상대로 100만㎾ 전력 감축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들 고객은 대체로 전기를 많이 쓰는 대형 산업체다. 한전은 이를 위해 이들 수요처에 직원 200명을 보내 전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이 400만 킬로와트 이하가 되면 경보를 발령하지만, 현재는 640만 킬로와트의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 안전 점검 이후 '원전 사고' 10회"
정부는 최근 국내 원전 21기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가동중단 등 각종 사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민단체의 비판도 일었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원전 사고가 지나치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4월 전원 공급계통 차단기의 부품 결함으로 가동이 중지되면서 환경단체와 지방의회 등으로부터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은 바 있다.
13일 오후에는 울진 원전에서 증기를 물로 바꾸는 복수기 이상으로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점검 결과 복수기 전체의 25%에서 균열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 위원장은 "정부가 안전 점검을 한 이후에도 10번이나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당시 안전점검은 졸속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론 무마용이었다고밖에 판단이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런데도 정부는 책임이나 원인 규명은 안 하고 신규 원전 부지만 선정하고 있다"면서 "이미 가동되는 원전에 대한 안전성부터 확보하고, 유럽연합이 하는 수준으로 민간합동의 전면적인 안전 조사를 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진 주민은 늘 불안한 마음"
이규봉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 집행위원장은 "울진에 원전이 6개나 가동되는데 주민이 원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산다"며 "최근에 울진 원전 4호기 내 증기 발생기의 16000여 개의 세관 중 약 3800개의 세관에서 균열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 높아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원전은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데, 정부는 정보 공개를 꺼려하고 국민 안전보다는 능률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불신을 받고 있다"며 "지역 주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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