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지난 8일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 50여 점을 붙였다. 이 그림에서 이 대통령은 푸른색 피부를 하고 나치 문양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삽이 그려진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왼팔에 알파벳 'G'가 적힌 완장을 차고 미소를 띠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9일 "공공물에 이런 그림을 붙여 놓은 것은 경범죄에 해당하고, 풍자 내용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할 것"이라며 "그림이 붙어 있던 종로2가 인근 CCTV 분석과 탐문을 통해 용의자를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종로2가 버스전용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의 안내판과 종로구 묘동 한 공사장 가림벽에 붙은 그림 3점을 회수해 확보한 상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을 발표한다는 이 씨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대한민국의 현 시대를 도저히 볼 수 없었다"며 "이 시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때문에 극심한 사회적 상처를 받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게 유쾌한 카타르시스와 정치적 피로감을 위로하고 풀어드리고자 예술가로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에 대해 이 씨는 "이 행위는 예술가로서의 작업 활동 중 하나이며 나는 유엔인권헌장 19조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정당하게 누린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시민들에게 희망과 기쁨, 행복감을 주는 세상이 될 때까지 나는 독재자들을 조롱하고 바보 같은 시대를 풍자할 것"이라고 맞섰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G20 홍보 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쥐 그림 낙서'를 붙인 대학강사 박정수 씨를 기소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쥐 그림이 특정 인물을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해당 벽보를 그린 박 씨는 기소됐고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 이 씨가 그린 풍자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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