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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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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인 나라

[김봉준의 붓그림편지]<34> 청년들아, 미안하다

ⓒ김봉준

미안하다. 청년들아!
우리 기성세대는 너희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우리는 너희들을 다 키워서 대학까지만 보내면
취직하고 제 밥벌이해서 시집장가 가고
행복하게 잘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청년실업 90만명 시대.
너희를 애써서 대학까지 공부시킨들
취직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고 하니
우리 기성세대는 무엇을
또 다시 가르치고 훈계를 하랴.
할 말이 없다.

공부 잘해서 행복하게 살라고 훈계했던 부모도,
사회에 나가거든 써먹으라고 공부 가르쳤던 선생들도.
청년실업 대책을 공약 했던 정치가들도,
기성세대는 모두 대책 없는 헛소리 훈계만 했구나.
미래를 희망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 청년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부끄럽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안한 것은
기성세대는 반성은 커녕 계속 거짓 희망을 말하는 것이란다.
산업국가가 되고 민주국가 되면 희망의 나라가 오고
잘 사는 선진국 국민이 된다고,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취직할 수 있고,
경력을 쌓다보면 장밋빛 미래는 곧 온다고
계속 떠들어대는 것이란다.

중소기업 할 수 있는 환경도 사회안전망도 복지도 평화도 방치한 채,
제도개선은 모두 뒷전이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끼리만 잘살겠다고
구제금융으로, 신자유주의 시장독점으로 지들만의 천국,
입만 살아서 떠들면서 한편에 따로 차린 딴나라.

불신을 지나 국민마저 분단돼 버린 시대에서
너희 착한 청년들은 그래도 '딴 나라 시대'를 원망도 않고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희망의 빛을 찾는구나.
절망같은 세상에서도 유비쿼터스의 빛으로
탐색하며 '증강 현실'을 찾는구나.

청년이 희망인 나라를 찾아서
말없이
마지막 지하철을 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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