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노동자 지원대책위원회(지원대책위)'는 30일 "여성가족부가 180일 넘게 농성해온 피해자의 면담 요구를 경찰 병력으로 가로막았다"며 여성가족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금래 장관, 피해자 원직 복직 위해 노력하겠다더니…"
앞서 성희롱 피해자인 김영희(가명) 씨는 지난 25일 국내에서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겪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이에 김 씨와 민주노총, 지원대책위 등은 29일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김금래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피해 여성노동자 원직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분명히 답했다"며 "그러나 피해노동자가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을 벌인 지 180여 일이 지났으나 그 어떤 성실한 답변도, 그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성노동자 4명은 29일 농성에 돌입하며 장관 면담에서 요구한 △원직복직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 △농성 보장 △현대차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조사 등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성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에 나타난 경찰병력은 오전 10시 40분경 피해자와 면담 대표단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막아섰다. 이어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면담 대표단을 복도로 내쫓았고, 경찰은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한편 이들의 도시락 반입을 막았다.
저녁 7시 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리자 경찰병력은 200여 명으로 늘었고, 남대문 경찰서는 대표단에게 9시까지 내려오라고 통보한 뒤 피해자와 3명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 여성가족부 건물에 투입된 경찰 병력.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노동자 지원대책위원회 |
"성폭력 추방주간에 성폭력 피해여성 끌어내나"
민주노총은 30일 성명을 내고 "여성가족부는 이번 주를 '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선정해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의 인권은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민주노총은 "피해 여성은 성희롱으로 인권위와 법원 판결에 이어 산재까지 인정받았지만, '성희롱'을 발설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해고 상태고 가해자는 멀쩡히 근무 중인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가 해고돼야 올바른 현실이 아닌가. 무엇이 진정한 성폭력 예방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여성가족부는 농성 강제 진압에 대해 반성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만에 하나 여성가족부나 경찰이 또 다시 피해 여성과 노동자들을 강압과 폭력으로 대할 경우, 여성인권탄압부로 돌변한 여성가족부를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당시 장관은 일정이 있어서 여성가족부 건물에 없는 상황이었고 (대표단에게) 따로 약속을 잡자고 했는데도 대표단은 기다리겠다고 했다"면서 "경찰병력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건물주가 요청한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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