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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들이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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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들이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위한 이유

[현장] 초국적제약사, '특허 꼼수' 금지한 인도특허법에 소송

"초국적 제약회사가 사소한 변화를 준 약을 혁신적인 신약으로 가장해 몇 십 년씩 특허를 유지하면서 독점 가격을 매길 가능성이 높다. 인도 특허법 소송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 보건의료단체들이 '인도 특허법'을 옹호하고 나섰다. 초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특허 요건을 엄격하게 규제한 인도 특허법에 반발해 최근 인도 법원에 소송을 걸면서다. 인도 특허법이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관계가 있다.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 이후엔 국내 제약사가 값싼 복제약을 내놓기 어렵다. 비싼 약값을 부담할 수 없는 환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다. 인도에선 값싼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다.

FTA가 통과되면 가난한 환자들은 새로운 특허약에 대해 제네릭(복제약)을 사먹기가 더 어려워진다. 한·미 FTA의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복제약 출시를 늦추는데다,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특허가 만료될 때쯤 기존 약을 살짝 변형한 '짝퉁 신약'을 만들어 새로운 특허를 등록하는 전략을 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미국 특허가 한국에서도 동등하게 인정되도록 규정하지만, 인도 특허법은 '짝퉁 신약'에 대한 특허를 엄격히 제한한다. 값싼 제네릭을 생산하는 인도는 전 세계 가난한 환자들에게 마지막 보루와 같은 셈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31개 보건의료단체가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인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서 FTA가 통과돼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신약이 생기면 한국 환자들도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는) 인도 복제약에 의존할 수도 있다"며 "인도 특허법을 개악하려는 노바티스의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인도 특허청 "기존약 약간 변형한 약에 특허 인정할 수 없다"

인도 특허법은 기존 의약품의 사소한 변형에 해당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에 대해서만 특허를 인정한다. 기존 약을 약간 변형해 특허를 연장하려는 제약회사들의 '꼼수'를 막는 법안인 셈이다.

한국 노바티스가 한국에서 글리벡에 대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도의 첸나이 특허청은 자국의 특허법에 따라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기존 약인 '이마티닙'을 약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특허권을 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노바티스는 첸나이 특허청의 결정과 인도특허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지난 2006년 마드라스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마드라스 고등법원은 2007년 8월 소송을 기각했고, 이에 불복한 노바티스는 2009년 대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대법원 소송은 29일 최종 변론일을 하루 앞두고 있다.

한국 환자들이 먹었던 인도 복제약, 오리지널 가격의 1/20

노바티스는 2001년 글리벡이 특허약이라는 이유로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약값을 요구해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과도 악연을 맺은 바 있다.

당시 한국 특허청은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공익을 위해 특허약에 대해 값싼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청구를 기각했다. 이 때문에 당시 일부 한국 환자들은 인도의 제약회사인 낫코에서 만든 글리벡의 복제약인 비낫을 한 달에 13만 원에 수입했다. 비낫의 가격은 글리벡의 1/20도 안 됐다.

노바티스와의 긴 공방 끝에 한국 정부는 결국 글리벡 한 정당 2만3000여 원에 판매하도록 허락했다. 이는 대만에서 팔리는 가격인 1만3000원대보다 40% 이상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리벡의 생산 원가는 한 정당 760원 수준이다.

"FTA 체결되면 한국 특허법 되돌릴 수 없어"

보건의료단체들은 "지금도 특허를 무기로 독점판매권을 쥔 초국적 제약회사들은 약값을 터무니없이 올려 받는다"면서 "문제는 특허약이 그렇게 비쌀 만큼 별로 '혁신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새로 만든 약이 위약(밀가루나 설탕을 집어넣은 가짜 약)보다 효능이 나으면 특허를 준다"면서 "그러나 인도 특허법은 혁신적인 약이 아니면 특허를 부여하지도 않고, 환자에게 공급할 수 없는 가격으로 약을 팔 수 없도록 해놨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한국도 한·미 FTA를 체결하기 이전에는 인도 특허법처럼 특허 요건을 강화하도록 법을 바꿀 수 있었다"며 "그런데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특허법을 이식한 한국 특허법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는 인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권미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FTA가 발효되면 한국 정부는 지금처럼 특허약에 대해 강제실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한국 제약회사도 정부에 밉보이면서까지 제네릭(복제약)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좋은 기술로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인도가 유일하다. 인도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마지막 보루와 같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한·미 FTA 폐기 △인도·EU FTA 협상 중단 △노바티스 소송 기각 등을 촉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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