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야5당은 이날 저녁 6시 40분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에 주최측 추산 2만여 명, 경찰 추산 2000여 명의 시민이 광화문 인근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 비준안 서명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일찌감치 세종문화회관 인근을 원천봉쇄하고 인근 도로를 모조리 차단해 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저지했다. 광화문 인근을 통행하려는 시민은 물론, 취재진의 이동까지 막았다. 이 때문에 6시로 예정됐던 집회가 늦춰졌고, 집회 행사 역시 차질을 빚었다. 저녁 6시 30분경 집회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항의로 경찰이 일부 경력을 철수시켜 집회가 열렸다.
여자친구와 함께 집회를 찾은 회사원 김선우(가명, 34) 씨는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서려 하는데, 이처럼 시민들 감정을 자극하면 누가 경찰 편을 들겠느냐"며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사통로까지 막는 것은 한미 FTA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범국본과 야5당은 26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민주당에 야유 쏟아져
집회가 시작됐으나 경찰이 지속적으로 해산명령을 방송한 탓에 진행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마이크 장비 역시 문제가 생겨 자유발언 진행이 취소되고, 야5당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집회가 이어졌다.
유일하게 자유발언에 나선 한 목회자는 "한나라당 날치기만 욕할 게 아니다. 야당의원들은 그 시간에 뭘 하고 있었느냐"며 "어제 반 FTA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오던 21살 제 후배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야당의원들은 그의 죽음에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야5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으나, 집회 참여자들은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크게 야유를 보냈다.
손 대표는 "저희가 국회에서 날치기를 못 막아 국민에게 깊이 사죄한다"며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한다. 저에게 사퇴하라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야권을 통합해서 한미 FTA를 무효화하고 정권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제 야당이 할 일은 오직 힘을 모아 한미 FTA를 폐기시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뒤늦게 부자증세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을 칼로 찔러놓고 설탕물 바르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노회찬 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시민을 가로막고 확성기로 집회를 방해하는데, 옆에 어버이연합 집회에는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찰이 언제부터 그렇게 효도심이 깊었느냐"며 "이런 건 공권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권력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집회 진행이 여의치 않자 주최측은 저녁 7시 39분경 집회를 마무리하고 도로행진을 시도했다.
시민들 광화문사거리 진출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대표, 노회찬 공동대표, 심상정 공동대표 등과 함께 행진을 시도했다. 당초 이들은 "청와대로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하자"고 외쳤으나 경력이 도로로의 진출을 원천차단해, 인도를 따라 시청광장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조선일보사 앞에서 도로로 진출, 일부는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시청광장을 돌아 광화문 광장으로 합류했다. 이로 인해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지난 2008년 이후 약 3년 만에 광화문사거리 도로를 점거했다.
저녁 8시 10분경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한 집회 참여자들은 이곳에 앉아 경찰과 대치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교보생명 빌딩 앞 인도부터 광화문 광장에 자리를 잡았고, 경찰은 집회 참여자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집회참여자들의 반대편 도로로의 진입을 차단했다.
대치 과정에서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국회해산 조기총선" "명박퇴진 비준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인도 차단을 비판했고, 경찰은 집회해산방송을 연달아 내보냈다. 그러나 지난 촛불집회 당시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인 듯, 물포를 살수하진 않았다.
저녁 9시경 국민참여당은 무대차량을 들여와 광화문광장에 발언대를 설치했다. 경찰이 지속적으로 해산명령을 내리자 주최 측은 "야5당과 범국본의 광화문 연설회를 시작할 것"이라며 해산명령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이 과정서 종로경찰서장이 주최 측과 면담을 위해 무대차량으로 접근하려 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일부 시민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다급히 요청해 서장은 물러났으며,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심의 봇물이 터졌다. 오늘 2만 애국시민이 FTA 비준 처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정신과 부채도 계승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사과하고 "시민과 함께 한미 FTA 발효를 막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이날 밤 9시 54분경 연설회 종료를 선언하고 "오는 28일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모여 이명박 대통령의 비준안 서명을 막자"고 강조했다.
집회 종료 후 일부 시민이 종로로 진출하려 하고, 참여자 일부는 명동으로 이동했으나 집회는 경찰과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일부 참여자들은 이날 저녁 11시 40분께 명동에서 마무리집회를 열고 자진해산했다.
한편 이날 서울을 비롯해 대구 경북대 앞, 부산 서면, 광주역 앞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도 한미 FTA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초 경찰은 광화문광장을 비롯, 인근 주요 거점을 모두 원천봉쇄했다. 이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려던 상당수 시민들이 집회 초반 각지로 흩어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인근 시민들은 경찰의 인도차단이 지나치다며 항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야당 주요인사들도 참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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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옆에서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환영하는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세종문화회관 집회가 끝난 후 참여자들은 도로행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전적으로 도로 진입을 차단해 이들은 프레스센터 인근까지 내려갔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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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경찰서장이 집회 주최 측과 면담을 요구하며 접근을 시도했으나, 시민들이 막아 대화를 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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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행진 후 집회 참여자들은 광화문사거리를 점거하고 이곳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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