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9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 1만여 명이 인근 도로에서 경찰과 충돌해, 이 과정에서 밤 10시 현재 11명이 연행됐다.
▲FTA 비준안 처리 반대 촛불집회 후 시민과 대치한 경찰이 물포를 쏘고 있다. ⓒ뉴시스 |
경찰 강경대응 나서
집회가 끝나고 일부 참가자들은 깃발을 앞세우고 을지로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로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인근에서 집회 해산을 종용하며 대기 중이던 경찰은 곧바로 플라자 호텔 옆, 롯데호텔 입구, 청계방향 등 인근 도로에 경력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시청광장을 빠져나가려던 버스와 차량 상당수가 도로 안에 갇혔다.
특히 행진에 참여하지 않고 귀가하려던 집회 참여자 상당수도 경력에 가로막혀 경력 포위망 안에 갇혔다. 이에 격분한 참여자 상당수가 "귀가하려는 사람까지 막으면 어떡하느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이들 상당수는 다시 시청광장으로 진입해 행진을 시도하던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장면을 지켜봤다.
도로행진을 시도한 시위대는 무교로와 국가인권위원회 사이 도로로 빠져나가던 중 대기하고 있던 경력과 대치했다. 시위대가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며 경찰에 항의하자, 경찰은 저녁9시 5분경 무교로에 대기 중이던 살수차 두 대로 물포를 살수했다. 특히 경찰이 시위대와 취재진은 물론, 인도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에게까지 물포를 살수하자 이에 격분한 시민들까지 도로로 나와 경찰의 강경대응에 항의했다. 한 30대 여성은 "경찰이 (강경대응으로) 시위를 조장한다"고 분개했다.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9시 37분께 인권위 앞에서 대기 중이던 경력을 전진시켜 이곳에서도 물포 살수를 시작했다. 이후 40분경 강제해산에 나섰다. 이에 시민들은 시청광장으로 이동해 경찰과 대치하다 대부분 귀갓길에 올랐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명동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10시 30분께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1000여 명이 정리집회를 연 후 해산했다. 경찰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젊은층의 참여율이 매우 높았다.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작은 스피커를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나오셨다. 앞으로는 큰 스피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집회 젊은 세대 주로 참여
한편 이날 저녁 7시부터 열렸던 촛불집회에는 주로 젊은층이 많이 참여했다. 안산에서 올라왔다는 17세 여고생 둘은 "이명박 대통령은 살 길이 20년 남았지만 우리는 70년, 80년 남았다"며 "FTA 비준을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한 고교 3학년 수험생은 "고3 어린 학생도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가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안다"며 "지금이 이승만 정권이냐,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고 한나라당에 항의했다.
수술차 미국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제가 FTA의 실상을 알리는 증인으로 서기 위해 참석했다. 정부가 말하는 'FTA 괴담'은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알려드리려고 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 10월 2일 앰뷸런스를 탔는데 그 비용만 1800달러가 들었다. 쓸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4만8000달러가 들어 항공료 1100달러를 내고 한국에 수술하러 왔다. 여러분들도 이렇게 살고 싶으냐"며 "내년 선거에서 죽 쒀서 누구 주면 안 되니, 주변 유학생들에게 우편 선거등록을 하라고 꼭 알려 달라"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직장인 김선경(29) 씨는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나와 감동받았다"며 "주변에 내일 집회에도 나오자고 단체문자를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도 무대에 올라 큰 환호를 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다음 주 수요일 7시에 나꼼수 콘서트를 서울에서 열겠다. 시민 10만 명이 모일 수 있는 콘서트를 열 것"이라며 "19대 국회에 살아 돌아가서 한미 FTA를 원점으로 돌릴 길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대한문 앞에서는 어버이연합회원들이 FTA 비준안 처리를 칭찬하는 '맞불'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비준안 처리에 앞장 선 국회의원들 오랜만에 밥값 하셨습니다'는 현수막을 들고 FTA 반대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성토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시청광장 한켠을 가득 메웠다. ⓒ연합 |
ⓒ프레시안(허환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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