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가명·50) 씨 부부는 신도림역 앞에서 지난해 6월부터 김밥을 팔아왔다. 이들 부부가 장사하는 시간은 새벽 6시 반부터 오전 9시까지 3시간가량. 김 씨는 "단골이 많고, 일부러 사가는 사람도 많다"며 "나도 마음을 다해 김밥을 싼다"고 말했다.
부부는 밤 12시에 일어나 새벽 5시까지 김밥을 200여 줄 싸고 6시 반에 신도림역으로 나온다. 김밥을 팔고 집에 도착하면 오전 10시. 그때부터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오후 6시에 다시 장을 보면 하루에 자는 시간이 서너 시간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은 한 달에 250~300여만 원.
▲ 김 씨 부부. ⓒ프레시안(김윤나영) |
그러나 지난해 9월 백화점이 개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쇼핑몰 보안직원들이 "여기서 장사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 부부에게 나가라고 한 것. 보안직원들이 주위를 둘러싸면서 '김밥 부부'의 매출은 반토막 났다. 급기야는 지난달 24일 '김밥 부부'를 지원하러 나선 인근 노점상 10여 명과 보안직원 30여 명이 대치해 경비직 23명과 노점상 7명이 연행됐다.
부부는 "공사기간이 있지만 우리가 백화점보다 먼저 장사를 시작했다"며 "없는 사람은 이렇게라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버텼다.
김 씨는 2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 절제 수술을 받았다. 1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고 나니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고심 끝에 남편과 김밥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병이 나아야 하는데 몸이 안 좋아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점노동연대는 15일 신도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은 노점을 단속할 행정권한이 없는데도, 폭력적으로 김밥 부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오히려 시민의 통행권을 침해해 부당한 제재를 가했다"며 "백화점이 구로구청 땅에서 월권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백화점 총무팀 관계자는 "남의 집 앞마당에서 누가 떡볶이를 판다면 좋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들은 약자의 탈을 쓰고 세금도 안 내고 돈을 번다. 남들은 대출해 자영업 하는데 점포 만들 돈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백화점이 노점상을 단속할 행정권한은 없지만, 백화점 보안직원들이 노점상 옆에 서 있을 권한은 있다. 근처에 서서 여기서 장사하지 말라고 대치한 것일 뿐 단속하지는 않았다"며 "노점상 단속 의지가 없는 구로구청이야말로 직무유기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구로구청은 관계자는 "서울시 방침이 이전에는 노점 정비 위주였는데 이제는 정비보다는 관리 위주로 하고 있다"며 "대규모 노점이면 정비해야겠지만 생계형 노점이면 더 그렇다"고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신도림 광장이 노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새벽에 잠깐 3시간만 하고 가는데 (백화점에서) 단속해달라고 구청에 압력을 가하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매일 신도림역을 오간다는 구로구민 서은순(73) 씨는 "날마다 지나가면서 (김밥 부부를) 본다"며 "하루 종일 파는 것도 아니고 아침에만 잠깐 팔고 가는데 그것 좀 남겨두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준비해온 것만 팔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피해는 안 주는 것 같다"며 "이들도 새끼들하고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 백화점 측에서 붙인 홍보물. ⓒ프레시안 |
ⓒ프레시안(김윤나영)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