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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만 10곳 다니는 복합만성질환 노인들,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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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만 10곳 다니는 복합만성질환 노인들, 해법은?

[보건의료노조 연속기획·①] "주치의가 만성질환 통합 관리해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앞으로 4개월 동안15회에 걸쳐 '무상의료시대, 한국 의료의 길을 찾는다'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연다. <프레시안>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의료공급체계 개편을 위한 연속기획 워크숍'을 정리했다. <편집자>

한정숙(가명·68) 씨는 복합만성질환자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았다. 고혈압, 불면증, 허리통증, 관절염, 골절, 노년 백내장 등의 10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한 씨가 다니는 병원은 외과, 정신과, 정형외과, 안과, 한의원 등 10군데. 그는 한 달에 15번 이상을 병의원에 간다.

충남대병원 유원섭 교수는 "과거 병원에는 급성기질환자가 많았다. 다시 말해 다쳐서 잠깐 입원해 치료받고 다시 나오는 식이었다"며 "반면에 지금은 병원에서 한 씨와 같이 만성적인 건강문제를 겪는 사람을 주로 만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의료 수요가 과거보다 늘어나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한 씨는 일 년에 병원비로만 800만 원을 쓴다. 유 교수는 "각 병의원이 환자의 욕구를 적절하게 채워주지 못하자, 환자는 병원은 병원대로 전전하고 돈은 돈대로 쓸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의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주치의가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만성질환은 서로 연관…주치의가 통합 관리해야"

주치의제도의 핵심조건은 '통합적인 건강관리'다. 주치의는 환자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주치의는 일상적으로 환자의 건강관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절한 피드백을 돌려줌으로써 환자의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건강검진을 받는 노인(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유 교수는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의 핵심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여러 질병의 위험을 묶어서 관리하는 것"이라며 "만성질환은 주치의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하지, 지금처럼 질병마다 따로따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은 염분을 많이 섭취하고 체중이 많으며 잘 안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움직이지 않는 생활습관과 과체중은 협심증이나 관절염, 허리디스크라는 또 다른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성질환으로 아픈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다. 만성질환이 서로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통합치료는 약물 오남용을 막기도 한다. 일례로 관절약은 고혈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절염과 고혈압을 각각 다른 의사에게 치료받으면, 환자가 약물을 과다복용하거나 약물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주치의는 약을 중복하지 않고 환자의 건강문제를 고려해 처방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인구 고령화 쓰나미가 다가온다"

만성질환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봐도 큰 골칫거리다. 미국의 경우 전체 보건의료지출 3/4은 만성질환에 쓰인다. 미국 인구의 45%, 65세 이상 인구의 88%는 만성질환자다. 만성질환자의 절반 이상은 다시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겪는다.

유 교수는 "노인이 예전보다 몇 배 늘었다고 해서 의료비가 늘어난 노인 수만큼만 증가하지는 않는다"며 "노인 한 사람이 다양한 질병을 앓는 만큼, 각각의 노인이 앓는 만성질환의 수까지 곱한 만큼 의료비도 오른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증가의 핵심은 만성질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4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만성질환을 하나만 앓는 사람에 비해 입원할 가능성이 99배 많다. 만성질환을 5개 앓는 사람은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의료비 지출이 15배 많다.

유 교수는 특히 "한국 보건의료에서 인구 고령화는 쓰나미"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가 되면서 건강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경고했다.

"의사는 환자가 아파야 돈을 번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선택의원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특정 의료기관을 지정해서 다니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20%로 절감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유 교수는 "하나의 특별한 질환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선택의원제든 무슨 이름이 붙어도 주치의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가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내건 전제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만성질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유 교수는 "환자들은 여러 건강 문제로 주치의와 상의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단과의만 양성된다"며 "양성된 단과의도 재교육을 통해 주치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공급자를 견제할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며 "의사에 대한 지불보상제도가 환자가 아파서 치료를 늘릴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행위별수가제)에서 사전 보상방식(인두제나 포괄수가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자가 건강할수록 의사가 돈을 벌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 행위별수가제 : 진료 행위를 할 때마다 정부가 의사에게 진료비(수가)를 제공하는 제도
* 인두제 : 정부가 의사에게 등록된 환자들의 일정기간(보통 1년)치 수가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제도
* 포괄수가제 : 정부가 질병마다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지불하는 제도


'무상의료시대, 한국 의료의 길을 찾는다' 워크숍 일정

11월 17일 오전 10시, 장소 : 인천 평화의료생협 동구청 열린 배움터, 발제 및 토론 : 임종한(의료생협회장), 나백주(건양의대), 김명일, 오선근(인천평화의료생협), 보건소, 의협 관계자, 주제 : 1차 의료(의료생협, 보건소, 의원)

12월 1일 오전 10시, 장소 : 국회도서관 대강당, 발제 및 토론 : 이주호, 전동환, 임서영(보건의료노조), 이상이(제주대), 법안 발의 국회의원, 주제 : 인력법 발의

12월 8일 오후 2시, 장소 : 국립중앙의료원, 발제 및 토론 :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문정주(국립중앙의료원), 이신호(진흥원), 주제 : 공공의료기관

12월 15일 오후 2시, 장소 : 경남 진주의료원, 발제 및 토론 : 문정주(국립중앙의료원), 박찬병(삼척의료원장), 김은희(국립서울병원), 주제 : 지방의료원, 지자체 공공병원, 적십자병원

12월 22일 오후 2시, 장소 : 광주 전남대병원, 발제 및 토론 : 정백근(경상대), 권용진(서울대), 감신(경북대), 주제 : 국립대병원

12월 29일 오후 2시, 장소 미정, 발제 및 토론 : 이진석(서울대), 박형근(제주대), 박종훈(고려대), 주제 : 사립대병원

1월 5일 오후 2시, 장소 : 서울녹색병원, 발제 및 토론 : 박형근(제주대), 이성식(제천병원장), 정일용(원진녹색병원장), 전문병원 네트워크, 주제 : 민간중소병원

1월 12일 오후 2시, 장소 : 서울 보훈병원, 발제 및 토론 : 주영수(한림대), 국가유공자단체, 주제 : 보훈병원

1월 19일 오후 2시, 장소 : 인천산재병원, 임준(가천의대), 산재환자단체, 주제 :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

2월 2일 오후 2시, 장소 : 원자력의학원, 나백주(건양대), 주제 : 원자력의학원

2월 9일 오후 2시, 장소 : 혈액원, 박규은(전 적십자사혈액관리본부장), 한국백혈병환우회, 김명희(한마음혈액원 혈액안전국장), 주제 : 혈액원

2월 16일 오후 2시, 장소 : 부산 대남병원, 임준(가천의대), 이영문(아주대), 삼육재활센터, 대남병원, 청량리정신경남사천병원, 새양산병원, 주제 : 재활요양병원, 사회복지기관, 정신병원

2월 23일 오후 2시, 장소 미정, 발제 및 토론 : 김용익(서울대), 발표자 전체, 종합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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