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다섯달째 동결이다.
금통위는 11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연 3.2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격월로 인상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2년3개월 만인 올해 3월 연 3.0%로 올라선 뒤 지난 6월부터 연 3.25%다.
이번 금리동결은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지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가장 높아졌는데도 2011년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점도 감안됐다.
또 10월부터 국내 소비자ㆍ생산자 물가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물가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도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금리를 정상화한다'는 한은의 정책기조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섯달째 제동이 걸렸다.
우선 이번 동결은 구제금융안을 둘러싼 그리스의 정국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위험수준인 7%대를 유지, 유로존 재정위기가 주요국으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해결되지 못하면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위험노출(익스포저)이 큰 프랑스 은행권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올해 3분기 들어 1년 만에 가장 높은 2.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2.9%에서 1.6∼1.7%로 낮춘 것도 금리 동결 요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발표된 올해 10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6%에 그치면서 연중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8월 이후 석달째 하락세다.
지난 1일 집계된 올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9%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높은 물가를 감안한 금리인상 요인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체감 물가지수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정상화 정책기조는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러스투자증권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물가부담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3%대로 진입한 만큼 이번 금리 결정에는 대외불확실성이 더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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