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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사실상 '미일 FTA' 반대 압력에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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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사실상 '미일 FTA' 반대 압력에 주춤

야당은 반대 결의안, 여당 의원들도 거부 목소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0일로 예정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결정을 하루 연기했다. 사실상의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인 TPP에 대한 여야 정치권과 여론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노다 총리는 이날 오후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정조회장,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간사장 대행 등이 참석한 당정 3역 회의에서 TPP 참여 결정을 11일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예정됐던 노다 총리의 기자회견도 열지 않기로 했다.

다루토코 간사장 대행은 노다 총리가 당내 의견을 수용하고 내일 국회 심의를 거친 뒤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총리의 (TPP 참여)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노다 총리의 강행 뜻을 전했다.

하지만 노다 총리의 TPP 참여 검토는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TPP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민주당 내 TPP 반대 여론을 이끌고 있는 야마다 마사히코(山田正彦) 전 농림수산상은 200명의 의원들로부터 참여 반대 서명을 받아내는 등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노다 총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농촌 지역 출신 의원이 많은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권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이들이 이날 중의원에 제출한 TPP 협상 참가 반대 결의안에는 중의원 전체(480석)의 절반에 가까운 232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집권 민주당은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야당들은 TPP에 대한 정부의 정보 제공이 불충분하고 국민적 논의가 성숙하지 않아 협상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결의안에 민주당 내 반대 의원들까지 가세할 경우는 파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도 일본의 TPP 협상 참여 검토 소식이 나오면서 일치감치 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TPP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농민단체들은 지난달에 이어 8일 도쿄(東京) 시내에서 6000명을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일본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도하는 TPP 협상 반대 서명에는 중의원과 참의원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356명이 참여한 상태다. 일본 내 각급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대 견해 표시도 이어지고 있다.

▲ 지난 8일 일본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본 농민등. ⓒAP=연합뉴스

일본 내 'TPP 반발', 한미 FTA 논란과 닮아

노다 총리의 TPP 참여 검토 소식에 일본 정치권과 여론이 반발하고 나서는 모습은 흡사 한미 FTA를 둘러싼 한국 내 갈등과 비슷하다. 그도 그럴 것이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농산물과 공산품,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금융, 의료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무역협정이기 때문이다.

2006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참여한 형태로 출범한 TPP는 이후 이후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으로부터 추가 가입 의사를 받았다. 협상 참여국들은 내년 가을까지 협상을 마치고 2015년까지 모든 무역관세를 철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직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TPP는 판이 급격히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TPP를 통해 일본과의 무역 장벽을 낮춤으로써 자국 고용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노다 총리 역시 20여 년에 걸친 장기 침체와 지난 3월 대지진 등으로 맥을 못 추고 있는 일본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TPP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위인 미국에 이어 3위 일본까지 TPP에 참여한다면 TPP는 사실상의 '미일 FTA'로 진행되면서 세계 최대 통합 경제권이 탄생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협상 주체인 10개국 중 미국과 일본의 경제 비중이 90%(미국 69.7%, 일본 21.8%)를 넘어 사실상 미일 FTA로 불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입 쌀에 778%, 수입 쇠고기에 38.5%의 관세를 부여하는 등 일본 정부의 농업 보호 정책을 TPP가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또 TPP는 농업뿐 아니라 금융과 의료 서비스 분야 등에 걸쳐 폭넓은 무역 장벽 철폐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FTA에 대한 우려가 일본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경제관료 출신인 나카노 다케시(中野剛志) 교토(京都)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이 한미 FTA로 건강과 환경 문제 등을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이 TPP에 참가한다면 비슷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미 FTA와 함께 TPP로 일본과의 FTA까지 성공하면 한미일 사이의 안보동맹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중국도 지역 경제의 통합과 공동발전을 촉진하자는 제안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이라면서도 그 과정이 급하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TPP 참여국으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자국을 제외한 채 진행되는 협상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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