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7일(현시지간)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 킴가우 지역에서 유통되는 '킴가우어'라는 지역 화폐를 소개했다. 이 화폐는 이 지역 고등학교 경제 교사인 크리스티안 겔레리가 지난 2003년 지역 사업 활성화를 위한 학교 수업용 프로젝트를 위해 고안한 통화로 이제는 지역 내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 독일 바이에른주 킴가우 지역에서 유통되는 지역 화폐 '킴가우어' ⓒ크리스티안 겔레리 |
1에서 50까지의 액면가로 발행되는 킴가우어는 킴가우 지역 상점에서 유로화와 1대 1의 환율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다. 킴가우어의 특징은 3개월마다 이자가 -2%씩 붙는다는 점인데,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써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유로화를 킴가우어로 교환하면 저축보다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고, 결국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데 겔레리의 발상이었다.
킴가우어는 첫 등장 당시 130명이 7만 유로 정도를 환전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3000여 명이 600만 킴가우어를 환전했고 이는 2009년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 지역 내에서 유통되는 킴가우어 화폐는 54만 장에 이르며 600여 곳의 매장에서 이용 가능하다. 킴가우어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매장들은 또 수익의 일부분을 자선 활동에 기부한다.
킴가우어의 성공으로 유명 인사가 된 겔레리는 최근 독일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돈을 실물 경제와 연결시키자는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화폐가 지역 내에서 순환되게 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겔레리는 "우리는 사람들이 소규모 사업, 일반적인 소비자와 지역 내 통화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고 싶었다"며 "우리는 돈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대안 화폐란? 국가의 공식 통화와 별도로 일정한 지역 내에서 사용되는 돈이다. 이 통화는 지역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 해당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돈이 지역 내에서 돌고 도는 효과를 갖는다. 또 이자가 붙지 않거나 심지어 킴가우어처럼 마이너스 이자가 붙어 저축이 아닌 상품 및 서비스의 교환 매개로 이용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 고용까지 창출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대안 화폐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많은 국가들이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는 시중에 더 많은 통화가 유통되게 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킨다. 이럴 경우 지역 내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데, 대안 화폐는 지역 내 합의에 의해 통화량을 정하고 액면가의 변동이 덜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충격을 막아내는 효과도 있다. 일반 지역 경제와는 무관하게 국제적 투기자본에 의한 금융시장의 교란이 심해지고, 담보와 신용을 매개로 실물 경제를 넘어서는 통화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안 화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일 대안 화폐는 '경제 전문가'들이 아닌 공동체 의식과 '실질적인 부'를 창출한다는 신뢰 속에 형성된 통화라고 소개하면서 지역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경제를 창출해나가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통화량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에도 1990대 중반 대안 화폐가 소개된 바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활성화된 지역통화제도(Local Exchange Trading Systems)의 영문 약자를 딴 '레츠'(LETS)라는 대안 통화로 마을 공동체 단위로 통화를 만들어 이웃끼리 노동력이나 물건을 사고파는 시스템이다. |
"재정위기 그리스, '대안 화폐' 도움 될 수 있다"
<로이터>는 킴가우어 이외에도 독일에서 24개의 대안 통화가 유통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대안 통화의 인기는 최근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위협을 받고 있는 유로화에 대한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대안 통화가 유로화를 대체해 국가 단위의 통화로 쓰기는 무리지만 그리스와 같이 경제 위기가 심각한 국가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킴가우어와 같은 대안 화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 경제학자 에카르트 베렌스는 독일 주간 <괴테아눔> 기고에서 "그리스가 외국으로부터 차입을 늘리지 않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킴가우어와 같은) 지역 화폐가 필요하다"며 "지역 화폐의 유통이 활발할수록 고용과 조세 수입은 늘고 사회보장 지출은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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