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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1조 유상증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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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1조 유상증자…왜?

"유동성 부족" 의혹 안 가라앉아

LG전자의 대규모 유상증자설이 결국 사실로 판명났다.

3일 주식시장 개장 직후부터 증권가에 이 회사의 유상증자 소문이 파다하게 돌면서 LG그룹주가 동반 폭락했음에도 딱 떨어진 설명을 내놓지 않던 LG전자는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가 증자하는 것은 1998년 보통주 유상증자와 2000년 상환우선주 발행 이후 처음이다.

자금조달의 목적은 '시설자금 6천385억5천300만원, 연구·개발(R&D) 투자용 운영자금 4천235억4천7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LG전자는 이와 관련해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우선 확보하려는 것이지, 유동성 위기 때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3분기 말 현재 2분기보다 5천억원 이상 늘어난 2조7천498억원을 보유한 만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LG전자의 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흔들림 없는 투자를 지속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조기에 사업 주도권을 회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나 인재 확보도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해 다가올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스마트폰과 휴대전화 등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 부문은 매출 2조7천624억원, 영업적자 1천388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2분기(539억원)보다 훨씬 커졌다.

손익 관리를 위해 피처폰 물량을 줄인데다 '옵티머스원' 등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줄어든 2천110만대를 기록했고 매출액도 15% 감소했다.

스마트폰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고 아직도 '스마트폰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부문을 강화하고 '메가 히트' 모델을 개발하지 않으면 쉽사리 턴어라운드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 조달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경기 침체와 업체 간 경쟁 격화로 TV, 생활가전, 에어컨 등 다른 사업 부문의 매출도 2분기보다 모두 줄었다.

LG는 또 미래 먹을거리로 정한 신사업을 위해 일부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수처리,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폴리실리콘, 태양전지 웨이퍼 등 '그린 신사업'을 위해 2015년까지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 LED, 수처리 사업 등이 LG전자,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의 몫으로, 평택 미래성장동력 단지에 협력회사와 2014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이들 사업을 위한 R&D 시설 및 생산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LG전자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과 거의 같은 액수이다.

태양광 사업은 태양전지 셀 및 모듈의 광 효율을 높이고 생산 규모를 330MW(메가와트)에서 2~3년 내 1GW(기가와트) 급으로 키워 2015년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국 버지니아주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수처리 사업은 LG전자가 2020년까지 글로벌 1위 기업에 오르기 위해 최근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공공 수처리 전문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아울러 LED 사업은 LG이노텍이 LED 칩 및 패키지, 모듈 등 생산 전 공정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 파주 공장을 근거지로 2015년 세계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G가 그동안 워낙 강력하게 부인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LG전자가 유상증자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LG전자의 현금 보유액 2조7천여억원과 유상증자분 1조원을 더하면 증권가가 3조원 안팎으로 추정하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실탄'을 충분하게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LG전자의 해명과 달리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이 회사 신용등급과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나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중순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고 무디스는 신용등급은 Baa2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으며 피치도 최근 신용등급 'BBB'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 등도 실적과 자금 상황이 썩 좋지 않아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LG전자와 함께 '전자계열 3형제'인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손실이 4천921억원으로 작년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 59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던 LG이노텍은 3분기 54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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