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왜 비싼가 했더니…

감사원 "대학들, 수입 줄이고 지출 뻥튀기해 등록금 인상"

감사원이 시행한 '대학 등록금 감사' 중간 결과, 대학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수입은 적게 잡고 지출은 많이 책정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과도하게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8월부터 전국 35개 대학(사립대 29개, 국공립대 6개)을 중심으로 등록금 운용 실태를 감사한 중간결과를 3일 공개하고, "대다수의 대학들이 교직원 보수와 운영비 등 지출액은 실제보다 많이 잡고, 기부금과 같은 등록금 이외의 수입은 적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지출에서 4904억 원, 등록금 외 수입에서 1648억 원 등 총 6552억 원의 예결산 차액이 발생했고, 이 금액을 대학별로 살피면 연평균 18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장학금 등의 용도로 기부받은 기부금을 비롯해 학교로 들어와야 할 돈이 정작 다른 곳에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대학들이 교육비용으로 써야 할 기부금이나 학교시설 사용료 등의 수입을 재단 자금으로 분류해 보관하고, 재단이 부담해야 할 건설비를 등록금 등 교육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학교수입을 회계장부에 남지 않는 별도 계좌로 관리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직원이 나눠 갖거나 직원 회식비로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대학이 예결산 차액을 공시하도록 해 차이가 과도한 대학에 불이익을 주고, 회계감사 시스템을 보강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개선안에는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내실화하고, 학교가 법정부담금을 교비에 전가할 경우 재정 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감사원은 적정 등록금 수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반값 등록금'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감사에 대해 대학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연세대학교는 지난 1일 "감사원이 헌법이 보장한 사립대 운영의 자율권과 대학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