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이 수년간 비리를 저지르고 부실이 누적되면서도 퇴출당하지 않고 국내 자산규모 1위의 저축은행으로 행세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과 고위공직자들이 `한통속'으로 뒤를 봐줬기 때문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고객 예금은 접대비, 뇌물 등으로 줄줄 새나갔다.
◇회계감사 기간은 접대 기간 = 분식회계 사실이 회계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억대 향응을 받고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회계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3~5일의 짧은 감사기간에 거의 매일 유흥 접대가 이어졌다. A회계법인은 5년간 9천600만원의 향응을, B회계법인은 4년간 800만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계법인은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와 특수목적법인 외부감사까지 추가 수주해 20억여원의 용역비를 챙길 수 있었다.
◇친형 취업자리도 알선 =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지난해 3월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윤여성(56)씨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채무가 있던 제주도 모 호텔 카지노에 친형을 취업시켜 매달 1천만원씩 모두 1억원을 급여로 받게 했다.
다만 은 전 위원은 취업 청탁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3일 1심 판결이 선고된다.
◇고위공직자 뇌물은 집 앞에서 =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주요 공직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집 앞 도로에서 현금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9월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으로 재직하던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는 김양(58)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과 강성우(59) 감사가 자택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으로 찾아가 2천만원을 건네며 대전저축은행을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게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은 전 감사위원 역시 브로커 윤씨가 서초동 집 앞으로 세 차례 찾아와 2천만원, 3천만원씩 모두 7천만원을 건넸다.
◇브로커에게 건넨 돈 대부분 증발(?) = 수사 관계자는 "브로커는 사기적 경향이 강하다"며 "청탁 목적으로 돈을 받으면 10~20%를 떼준 뒤(청탁 목적으로 사용한 뒤) 나머지는 자기가 가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로 실제 청탁을 위한 브로커의 활동내역이 크지 않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일례로 대표적 브로커인 박태규씨의 경우 17억원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5억3천만원, 반환한 2억원, 김두우 전 수석에게 준 1억3천여만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개인 생활비, 캐나다 왕래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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