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협정문'을 근거로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반면 통상절차법은 관련 절차의 근거로 반드시 '통상조약의 이행에 관한 법률'을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어, 통상조약 위반을 이유로는 소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한미FTA 이행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통상절차법과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관련 이행에 관한 법률은 마련되지 않은 채 모순되는 두 법안이 동시에 입법화되는 셈이다.
2일 송기호 변호사는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하며 "통상절차법은 한미FTA와 정면 충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결국 국회가 상호 모순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동시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통상조약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안(통상절차법) 대안'을 재석 23인 가운데 찬성 18인, 반대 4인, 기권 1인으로 가결시켰다. ⓒ뉴시스 |
"상호 모순되는 내용의 법률을 동시 처리한다?"
통상절차법 21조 2항은 "통상조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개인 또는 법인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경우, 제1항에 따른 법률·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을 근거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1항은 "통상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국회가 통상조약의 이행에 필요한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한 이후로 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한미FTA 등의 통상조약이 비준된 후에도 한미FTA 이행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야만 그 법률을 근거로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에 대해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미FTA 이행에 관한 법률이 없다면 소 제기가 불가능하다.
반면 한미FTA는 협정문 안에 소 제기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투자에 관한 조항으로 문제가 되는 ISD 등을 담고 있는 한미FTA 11.18조 2의 나는 미국 투자자가 한미FTA 11장 위반을 이유로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한미FTA는 '협정문'을 근거로 소 제기가 가능하다고 규정했으며, 국회가 이를 비준하면 한미FTA 협정문은 국내에서 법률로서 효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통상절차법은 소 제기의 근거를 '통상조약의 이행에 필요한 법률'로 규정해 두었다.
송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내일 국회 본회의 소집 명분으로 통상절차법을 들고 있으나, 결국 한미FTA 이행에 필요한 법률을 만들지도 않은 채, 상호 모순되는 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며 "한미FTA 비준안 처리 이전에 관련 논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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