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화 총공세를 펼치고 나온 이유는 다섯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북한은 2011년 새해 들어 한국국민들의 상당수가 전쟁과 긴장보다는 평화와 긴장완화, 대결보다는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여론의 큰 흐름을 읽고 있다. 지금이 대남 대화정치공세를 펼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북측은 일거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에 대한 대결적 이미지를 씻어 내고, 자신들은 평화와 대화를 원하는 주체자로, 이명박 행정부는 평화와 대화를 거부하는 주체자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이 지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오는 1월 19일에 워싱턴에서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측은 선제대화공세를 펼침으로써 중국 측의 6자회담 개최에 힘을 실어 주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게도 직접 대화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북미직접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측은 그렇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중국은 대화론자로, 북-중대화제의를 거부할 경우, 한국과 미국은 대화 거부론자로 국제여론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포석까지 깔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으로 하여금 더 이상 한국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붙잡혀 북핵 해결의 대화기회를 놓치지 말 것과 한반도에서 대결과 긴장조성의 행위자로 역할하지 말 것 등을 대화총공세 속에서 주문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 역시 미국이 북측과 핵협상을 원하고 있으나, 동맹국인 한국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북측에 선뜻 대화제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속사정을 간파한 끝에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으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이명박 대통령을 설득시켜 더 이상 남북 대결국면으로 나가지 말 것과 이제 남북간 대화를 시도하도록 미국이 남한을 설득해 나가달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후진타오 주석 편에 6자회담개최, 남북직접대화, 북미직접핵회담에 대한 메시지를 쥐어 보내, 후진타오 주석으로 하여금 북측의 이런 의향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토록 할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후진타오 대화에서도 후진타오주석으로 하여금 대화총공세의 외교전략을 펼칠 수 있는 명분을 줄 것이다.
셋째, 북한은 선군정치라는 대결정치와 무력 위협을 통해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긴장수위를 높여 놨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극적인 대화총공세를 펼치고 나가서, 이제는 자신들이 의도한 외교적 목적을 거둬들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대내적으로는 긴장과 대립전선을 형성하여 선군정치의 실행적 표본으로 김정은 후계체제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대남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 대북붕괴정책, 김씨왕조의 세습체제 흔들기 정책을 수정 변경시켜 대북대화와 대북협상정책으로 대체토록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그리고 대미적으로는 북미직접 핵협상을 통해 핵문제 타결을 짓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서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었다. 이제 선군정치의 군사적 위협을 통한 최고위수준의 대결 분위기에서 극적인 대화분위기로 무드를 반전시켜 자신들이 목표로한 협상의 소득을 구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넷째,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서서히 종반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시점을 간파하여 이제부터 대화총공세를 펼침으로써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이유는 역대 모든 한국정부는 임기 후반을 맞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내정의 문제에 시달리게 되고, 그로 인해서 정치적 딜레마를 안게 되며, 정치적 딜레마에 빠지면 빠질수록 이 딜레마로부터 탈출코자 하는 유혹과 욕구가 강해지면서 새로운 비상 탈출구를 찾게 된다고 보는 것이 북측의 판단이다. 그래서 역대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내정의 딜레마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최선의 문으로 남북대화의 문을 열게 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북측의 판단이다. 이명박대통령도 그 유혹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북측의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 정황상 이대통령이 직접 남북대화를 제의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북측으로서는 자신들이 먼저 대화총공세를 펼침으로써 남북대화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갖고 대화선제공격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화론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대결분자로 남을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며, 만에 하나 이대통령이 북측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대화주도권은 북측이 쥐고 가겠다는 것이고, 만일 이대통령이 대화제의를 거부할 경우에는 이대통령을 대화공세로 공격해 들어가겠다는 것이 대화공세전략의 핵심인 것이다.
북한은 국내외적으로 대화총공세를 펼침으로써 이명박대통령을 수세적인 대결분자로 남게 함은 물론 한국외교를 고립무원의 상태로 빠뜨려 놓겠다는 이중적 복선을 깔고 있다.
북한은 고도의 정치 외교적 전술과 전략의 함의를 담고 있고, 매우 입체적이며 전방위적인 거미줄 외교전략을 구사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으로는 주변 4대국을 북측이 추구하는 대화외교의 큰 틀 속으로 유인해 내면서, 미시적으로는 그 대화의 틀 속에 한국외교를 꽁꽁 묶어 고립시켜 나가겠다는 북한 외교의 포괄성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북한의 대화총공세전략은 천안함 폭침 이후 6개월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끝에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해 들어 왔던 것처럼, 그야말로 많은 준비와 전방위적인 현실 인식 그리고 면밀함과 용의주도함 속에서 준비해 온 말 그대로 '대화총공세전략'인 것이다.
중동을 몰랐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외교처럼, 북한을 모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외교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걱정스럽다.
다섯째, 북한은 일본의 마애하라 외상의 북-일 직접회담 제의를 대화총공세전략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며, 이에 매우 고무되어 있을 것이다.
북측은 미국이 한미동맹 강화라는 명분과 대중전략의 실리차원에서 쉽사리 한국정부에게 남북직접대화에 나서라고 종용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을 북측과 접촉토록 먼저 움직인 다음에, 이의 반향으로 한국정부를 북측과 대화토록 움직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당구 게임의 쓰리 쿠션의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문제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판단이고, 그렇다고 한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려서 한미동맹을 소홀히 취급할 수도 없는 입장이며, 남북한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이 긴장의 파고가 미중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선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있고 미국의 이런 의도를 파악한 북한은 남북당국간 무조건 대화를 제의하고 들어온 것이다.
이제 대화의 공은 이명박 정부에게로 넘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공을 어떻게 받아 칠 것인가는 이대통령의 의중과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의중이고 중국의 의중이란 점이다. 북한은 이미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 북한과 대화를 해서 핵협상을 시도해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북미대화의 길을 가로 막고 있어서 길을 비켜달라는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 버티고 서 있으라는 말도 못하는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을 비켜 돌아가는 우회적 대화노선을 선택해 나가고 있다. 그 길이 바로 일본을 움직여 일본으로 하여금 북-일 직접대화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하고 있는 이 모든 외교적 행위는 한국정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대신, 큰 대화의 흐름을 만들어 한국정부가 자연스럽게 이 흐름에 편승하여 함께 타고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화총공세가 직접적이고 군사적이며 위협적인 요인을 담고 있다면, 미국의 대화틀 구성의 외교행위는 노련하고 간접적이고 매우 은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거칠고 보이는 '선군외교'와 미국의 보이지 않은 노련한 '정치의 외교'가 이명박 정부에게는 또 하나의 외교적 시련이자 도전으로 다가 오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은 이미 대화의 물결을 탔다.
한국의 대북외교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모두는 "주여, 한국외교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를 외치는 '쿼바디스, 한국외교'란 노래를 부르고만 있어야 할까.
봄이 되면 한국과 국제사회는 대결보다는 대화의 목청이, 전쟁 보다는 평화의 외침이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평화에 대한 욕망과 욕구는 봄의 새싹 피어오르듯이 터져 나올 것이다. 미국의 보이지 않는 노련한 '정치의 외교'와 북한의 노골적인 '대화총공세'는 봄의 한국 정치 상황까지를 모두 내다보고 둔 포석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대화 총공세 전략을 보다 잘 분석하여 이를 역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는 외교적 지략을 펼쳐 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새로운 '전략적인 대북 대화'를 펼쳐나가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쥐면서 한반도에 냉전의 길을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의 길을 모색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과 간절함이 있다. 그 바람과 간절함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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