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 가방끈들의 모임'을 꾸린 이들은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학 거부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늘만 견디면 내일을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는 그저 말뿐,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며 "끝없는 레이스에 진입했다는 느낌만 강해졌다"고 대학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의 대학 체제는 소수만을 위해 모두가 희생되는 시스템"
곧 대학을 자퇴할 예정이라고 밝힌 김명종(가명·20) 씨는 "학벌은 허영심으로 보이고 실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장학금을 주는 대학으로 진학했다"면서 "하지만 대학 교육마저 취업과 토익에 맞춰져 있었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김 씨는 "지금 대학 체제는 소수만을 위해 모두가 차별당하고 희생하는 시스템"이라면서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대학에 가야하는 메커니즘을 지금 멈추지 않으면 우리 자식 세대도 계속 희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학 거부자인 고다현(20) 씨는 "학교에서 강요하는 삶은 상위 1%가 되는 삶"이라면서 "99%도 함께 잘사는 삶이 아니라 1%만 잘사는 삶을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이 다른 사회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졸업장을 얻기 위해 학점을 관리하는 곳이 돼버렸다. 지금의 사회와 대학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없다"면서 "우리가 대학을 그만두거나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은 더 좋은 삶, 나중이 아닌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차별은 너무 많다"면서 "아르바이트 하나를 구하려고 해도 학력을 묻고, 주위 사람은 출신 대학의 학번을 따져 묻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은 "우리는 대학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 학력과 학벌이 어떻든 차별받지 않고 정당하고 충분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 거부자인 호야(별명·20) 씨는 "대학에 안 간 15%가 (자신에게 가해진) 차별에 맞서는 것은 대학에 간 85%가 강요받은 것들에 대한 싸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학입시거부선언 8대 요구안'에서 △무한경쟁교육 반대 △권위적 주입식 교육 반대 △학생 인권 보장 △교육예산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1인시위를 열 예정이며 오는 10일에는 고3학생들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12일에는 거리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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