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örk [Biophila] ⓒ유니버설뮤직 |
[Biophila]는 아이패드(아이폰, 아이팟터치)를 위한 작품으로 명명됐다. 10가지의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작품으로, 애플사에 기반을 둔 멀티미디어 작품의 일부라고 할 만하다. 음악과 영화의 경계, 음악 내 장르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비요크가 한 일이기에,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워도 보인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Biophila]를 온전히 해석하기란 어렵다. 다만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Hollow>, 으스스한 성가를 듣는 듯한 <Cosmogony> 등에서 비요크의 의도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온전히 귀를 위한 앨범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의 수단으로 즐기라는 게 [Biophila]의 요구다. 펑크 밴드로 시작해 일렉트로니카와 트립합, 심지어 요들송에 이르기까지 한계를 끝없이 늘려온 탐욕적인 음악인의 신보로서는 최상의 프로모션 방식이다.
불길한 <Dark Matter>처럼 비요크의 목소리가 강력한 힘을 내뿜는 곡이 전작 [Volta]에 비해 이 앨범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감염에 비유한 <Virus>와 앨범에서 가장 확연한 멜로디와 공격적인 비트를 내보이는 <Mutual Core>는 분명 주목할만한 곡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Biophilia] 앨범의 사운드 자체는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말해 <Crystaline> 등 일부 곡에서 [Homogenic]의 질주감이 드러나는 가운데, 앨범은 전반적으로 [Vespertine]의 내밀한 호흡과 [Medulla]의 서정을 따른다.
결국 [Biophila]는 매 시간마다 순위가 바뀌는 아이튠즈 차트를 보는 것처럼 집중하기 쉽지 않은 앨범이다. 감각적인 멜로디가 사라지고 마치 '효과음'처럼 전자 비트가 쓰인 까닭이다. 비요크의 목소리는 적잖은 곡에서 곡을 주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비요크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이 별다른 혁신 없이(항상 청자들은 비요크에게 변화를 바라고, 이는 비요크로서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들어찬 <Solstice> 정도가 귀에 쉽게 박힐 뿐이다.
비요크는 선구자와 같은 태도로 [Biophilia]를 들고 나왔지만 앨범을 구매한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앨범에 '집중'할 지는 의문이다. 비요크는 청자들이 이 앨범을 좀 더 해석하길 바랐을 테지만, 이 앨범은 그러기엔 지나치게 산만하고, 멜로디는 약하다. 아이패드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사랑할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Brett Anderson [Black Rainbows]
▲Brett Anderson [Black Rainbows] ⓒ워너뮤직 |
다시 뭉친 스웨이드의 활동 이전에 만들어놓은 곡들을 묶은 브렛 앤더슨의 솔로 앨범 [Black Rainbows]은 나이 듦이 느껴지는 앨범이며, 앨범을 채운 감성은 [Dog Man Star]보다는 차라리 비사이드 모음집인 [Sci-fi Lullabies]에 가깝다. 그가 인터뷰에서 공언한 대로 제법 시끄러운 소리가 담겨 있으나 예전의 퇴폐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그 공허함을 채운 감성은 영국 주류록 특유의 우아함이다. 적당히 듣기 좋은 전형적인 영국 팝록인 <Brittle Heart>처럼 정박으로 시종일관 고수하는 노래부터 큐어(The Cure)식 멜랑꼴리를 본딴 <I Count the Times> 등에서 브렛 앤더슨은 적당한 우울함과 듣기 좋은 멜로디를 결합해 '잘 들리는 팝'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Black Rainbows]는 새로울 것 없고 특별히 뛰어난 점도 없는 평범한 앨범임에도,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90년대의 향수에 머물거나 도피하지 않고, 얼굴에 든 주름에 맞게 과거를 가공한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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