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이달 초 아이폰4S를 소개하면서 '가상의 개인 비서'라고 표현했다. 이는 시리가 기존의 음성인식 기술에서 한 단계 발전해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거나 아이폰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아이폰4S가 출시된 이후 미국과 영국 등 1차 출시국에서는 시리의 기능에 탄복하면서 개선 방향을 조언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아이폰4S의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 구동 화면 ⓒAP=연합뉴스 |
일례로 전자기기 보험사를 운영하는 스티븐 에베트는 <가디언>에 "애플은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여성 목소리를 선호하는 반면 영국인들은 권위적인 남성의 음성을 신뢰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시리의 경우 미국인들은 크고 명료한 목소리로 서둘러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음역대가 넓은 여성의 목소리가 더 잘 수용되는 반면 영국에서는 아직도 권위적인 목소리에 따르는 경향이 있어서 남성의 목소리가 더 잘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이폰4S가 첫 판매를 시작한 14일 미국 보스턴 소재 잡지 <애틀란틱>의 편집장 레베카 로센도 기계에서 보여지는 성의 정치학에 대해 분석했다. 로센의 결론은, 첨단 기술이 음성을 기계로 구현할 때 역할에 따라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전화 안내 메시지나 대중교통 안내와 같은 경우는 여성의 목소리가, 활동적이거나 지적인 서비스에는 보통 남성의 목소리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애플과 같은 IT 기기 제조사들에게도 기술의 성적 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복잡한 일이며, 그러한 방법 중 하나는 사람들이 가진 성적 편견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감성공학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스탠퍼드대의 클리퍼드 나스 교수는 <토론토스타>에 사람들이 실제 사람과 같이 기계의 성별에 반응하며, 낮고 굵은 목소리를 보다 지적이고 신뢰성 있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적 편견이 활동되는 현상이 시리에서만 불거지는 건 아니다. 나스 교수는 1990년대 자동차업체 BMW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소개했다. BMW는 처음 내비게이션 음성을 여성의 목소리로 설정했는데 당시 남성 운전자들은 여성으로부터 방향을 지시받는 것을 불편해 했다고 그는 전했다.
시리는 2012년 한국어로도 개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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