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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웅장해진 파이스트, 여전히 오만한 카사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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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웅장해진 파이스트, 여전히 오만한 카사비안

[화제의 음반] 파이스트 [메탈스], 카사비안 [벨로시랩터!]

파이스트 [메탈스]

▲파이스트 [Metals] ⓒ유니버설뮤직
파이스트(Feist)는 새로울 것 없는 여성 포크 팝 싱어송라이터의 위치에 갇히지 않고 데뷔와 동시에 정상으로 치솟은 인물이다. 29살 늦은 나이에 낸 데뷔앨범 [Let It Die]는 2천년대 초기 10년의 정중앙에서 활약하던 수많은 인디 팝 음악인 중 드물게 파이스트를 추종자를 거느린 스타로 만들었고, 이른바 'iRock(애플의 영향력 덕분에 어디서나 이런 신조어가 나온다)' 세대 상당수를 그의 내밀한 시적 세계에 가두는데 성공했다.

멀게는 조니 미첼에서부터 가깝게는 피제이 하비까지 소환 가능한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은 여성스러움에 절대적 빚을 지고 있다. 황당하기까지 했던 <1234>는 불안한 하루를 보내며 아이패드로 음악을 소비하는 전세계 많은 이를 위로했고, <Gatekeeper>는 기댈 곳 없는 청년세대에게 하나의 복음처럼 다가갔다.

세 번째 앨범 [Metals]에서 파이스트는 발랄한 팝에도, 어두운 음악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첫 곡 <The Bad in Each Other>는 행진곡처럼 힘차고 웅장하며, 처연하게 시작한 <Graveyard>의 절정 부분은 폭발성을 갖춰, 과장되게 말해 "주류팝적"이다.

재즈 싱어 레나 혼(Lena Horne)에게 바치는 노래로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인 <A Commotion>은 악기의 조율이 무엇보다 돋보이며, 명확하게 갈리는 코러스와 곡 후반부는 <스핀>의 말을 빌리자면 "TV 온 더 라디오를 향한 윙크"로까지 표현 가능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앨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Anti-Pioneer>는 조니 미첼을 떠올리게 만들고, <Comfort Me>의 초반부는 블루지하고 후반부는 소울풀하다.

여전히 파이스트의 앨범은 치유 효과가 있고, 밤이 깃든 청년세대의 골방에 잘 스며든다. 그러나 더 '커진' 소리와 화려해진 악기들, 그리고 이 악기들을 완벽하게 콘트롤하는 이 앨범의 뛰어난 편곡을 보는 시각은 청자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예컨대 <롤링 스톤>이 이 앨범을 "파이스트 최고의 앨범"이라고 칭찬한 반면 <스핀>은 이 변화들의 "화학적 결합이 부족하다"고 경계를 뒀다.

이 앨범은 동시대 음악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거대한 여성 음악인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즉각적으로 소비되고 개인적으로 읽히는 가사에 흥미가 줄어든 반면 속담과 같은 공예적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다"는 파이스트의 태도 변화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작은 변화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의 선구자적 입지가 음악적 뿌리마저 뒤흔드는 건 아닌지 자꾸만 의구심이 든다. 비록 이 앨범에서 파이스트는 자신의 색깔 안에 다양한 시도를 가두는데 성공했으나, 그 다음이 무엇일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보다 더 흔들리거나, 과거로의 회귀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리라는 우려가 더 크다. [Metals]는 파이스트에게 아케이드 파이어의 [The Surburbs], 콜드플레이의 [A Rush of Blood to the Head]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파이스트는, 아케이드 파이어와 콜드플레이처럼 아레나를 열광시키는 음악인이 아니다.

카사비안 [벨로시랩터!]

▲카사비안 [Velociraptor!] ⓒ소니뮤직
지난 10년여 년의 대중음악신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록은 죽었다. 노동계급의 먼지 묻은 음악은 스트록스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등장 이후 멀끔하고 똑똑한 음악으로 변했고, 비타협적이던 태도는 포크와 팝, 전자음악에 자리를 내줬다. 이 움직임에 저항하던 영국 음악지들은 대중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코랄, 주톤스, 리버틴스, 다크니스 등 한 때 영국 음악지로부터 슈퍼스타 대접을 받았던 많은 밴드가 단명했다(불과 몇 년 전 일이 오래 전처럼 느껴진다). 킹스 오브 리온처럼 영리하게 성인취향 음악으로 옷을 갈아입고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생일잔치에 참여해 곡을 연주하거나(돈을 벌거나), 콜드플레이를 밀어내는 것만이 오늘날 록 밴드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카사비안은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다. "벨로시랩터는 네 마리씩 떼 지어 사냥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공룡 로큰롤 밴드였다." 네 번째 앨범 [Velociraptor!]의 이름 근원에 대한 세르지오 피조르노(기타, 키보드)의 대답은 정확히 오아시스 이후 사라진 '유치한 노동계급 밴드'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늘날 비평가들의 사랑을 받는 어떤 음악인도 저처럼 유아적인 얘길 하진 않는다.

카사비안은 오아시스를 마지막으로 신화화된 계급성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Velociraptor!]에는 비틀스와 킹크스, 레드 제플린 사운드가 노골적으로 들어서 있고, 수만 명의 청중을 잔뜩 의식하고 만든 기름기 넘치는 코러스가 곡마다 팡팡 터져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성미 가득한 이들의 태도도 여전하다. 이들이 아이팟 세대와 비평가들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따라서 당연하다.

전작의 웅장함을 살린 가운데 독일 아방가르드 록(크라우트 록)과 힙합의 방법론도 일부 포용한 [Velociraptor!]는 그러나, 무엇보다 요 근래 나온 어떤 영국 록보다 더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며 비타협적이다. 쿡스, 글라스베가스 등 근래 영국 록밴드들이 한결같이 실망스러운 앨범을 내놓을 때 이들은 더 화려한 멜로디와 단단한 리듬으로, <NME>에 따르면 '원시적인 태도(knuckle-dragging)'를 갖고 특유의 편협한 시선으로 여전히 세상을 응시한다.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여전히 대형 페스티벌에서 이들을 헤드라이너로 세워줄 이 앨범은, 인디 팝과 골방을 뒤흔드는 전자음악에 대한 노동계급 로큰롤의 오만한 대답이며, 사라져가는 록의 가장 잘 보존된 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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