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일하다 다치는 외국인이 많다.
그야말로 산재(産災 Industrial Accident))다.
다친 사람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게 뭘까?
대략 3가지로 보면 된다.
1. 치료비 걱정
2. 월급 걱정
3. 장애 걱정
이 3가지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게 산재보험이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고.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말이 좀 어렵다.
"말이 좀 어려운 게 뭐 대순가?"
할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 어려우면 일을 잘 해놓고도 안 한 것처럼 되는 수가 있다.
베트남 여성 틴(가명)은 일하다 발을 다쳤다. 이른바 '족관절 내과 골절'이다
사장님이 산재로 처리했다.
약 5개월 만에 발이 나았다.
하지만 그녀는
"제발 산재 좀 신청해주세요."
하며 아직도 나를 찾아온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내가 보기엔 무엇보다 말이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그녀는 산재보험에서 '요양급여'를 받았다. 행정적으로는! 하지만 그녀 자신은 받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왜? '요양급여'가 치료비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양급여는 환자를 거치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병원으로 직접 주기 때문에 자신은 아무것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말이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에 요양급여 같은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너 치료비 받았어. <한국 정부에서> 병원에 치료비 주었어!"
했으면 대번에 알아들었을 것이다.
둘째, 그녀는 산재보험에서 '휴업급여'를 받았다. 행정적으로는! 하지만 그녀 자신은 받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왜? '휴업급여'가 월급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월급 비스무리 한 걸 받긴 받았지만 <회사에서> 받은 줄로만 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말이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에 휴업급여 같은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너 월급 받았어. 지금 통장으로 들어온 돈이 바로 <한국 정부에서> 주는 월급이야."
했으면 대번에 알아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도
"제발 *산재보험 좀 신청해 주세요."
하고 찾아오는 것이다.
오늘도 두 번이나 왔다 갔다.
*산재보험 : 그녀가 말하는 '산재보험'은 아마도 '장애급여'를 가리키는 듯하다. 장애급여는 거액의 보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산재를 당한 사람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지어 장애급여를 못 받으면 산재보험을 아예 안 받은 걸로 치는 외국인도 생긴다.
하지만 산재보험의 기초는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다. 다만 용어가 어려워 이것도 받은 적이 없다고 느끼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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