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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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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한윤수의 '오랑캐꽃']<321>

노동자가 돈을 못 받으면 .
1. 노동부에 직접 진정하거나
2. 우리 센터 같은 비영리단체에 받아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아주 쉬운 문제다.
비용 한 푼 안 들이고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돈을 못 받을까봐 변호사 사무실까지 간 사내가 있다.
아주 깜찍하지!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겠다.

키(가명)는 평택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다.
성격이 너무 깔끔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못 받은 퇴직금 차액이 170만 원쯤 있었다.

성격 탓이지만, 그 돈을 못 받을까봐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인천의 행사장에서 만났던 베트남인 A가 생각났다.
유난히 친절하고 자상하던 A.
그는 이렇게 말했었지.
"못 받은 돈 있으면 내 다 받아줄게."
그가 브로커인 줄 누가 알았으리오."

키는 A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전화 잘 했네. 널 도와줄 사람이 있거든."
A는 서울에 있는 베트남인 B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키는 서울 00동 B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B 역시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사무실에는 한국 사람이 많았고, 그 중에 제일 높은 사람이 변호사였다.

B는 변호사를 가리키며
"돈 받는 건 문제없는데, 저 분한테 수수료를 먼저 줘야 해."
"얼만데요?"
"40만 원."
키는 현찰을 세어 주었다.

얼마 후 키는 회사로부터 퇴직금 17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40만 원을 미리 떼었으니 결과적으로 130만 원만 받은 꼴이다.

사실 얘기는 여기서 끝난 거다.
하지만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은 동료 하나가, <지난 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속이 뒤집히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미쳤다고 수수료를 주냐? 발안 가면 공짠데."

키는 요즘 우울하다.
엄한 돈을 쓴 것 같으니까.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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