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4시 정지영 감독, 권칠인 감독, 김홍준 감독, 변영주 감독 등 BIFF 참여 영화감독과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영화산업 노동자들, 주요 대학 연극영화과 학생들100여 명은 부산 해운대구 노보텔 호텔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영도구의 한진중공업으로 이동했다.
▲정지영 감독이 휴대폰으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통화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영화인들도 크레인 앞으로
이들은 한 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85호 타워크레인을 향해 이동했으나, 부산대교를 건넌 직후 미리 대기 중인 경찰의 저지로 더 이상 이동하지 못했다. 영화인들은 즉석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정지영 감독과 권칠인 감독,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 3명의 대표단을 꾸려 도보로 85호 크레인으로 이동했다.
정 감독은 전화로 "목소리가 건강하시니 다행이다"라고 김 지도위원에게 첫 인사를 건넸고 "어젯밤 좋은 소식(국회 환노위 권고안)을 들었다. 하루라도 빨리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BIFF에서 제 영화(부러진 화살)가 상영하는데, 내일 내려오셔서 제 영화를 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지도위원은 "내일은 힘들겠다"고 답했다.
권칠인 감독도 "빨리 내려오실 수 있는 환경이 돼서 땅 위에서 뵙고 싶다"고 말했고 변영주 감독은 "내년에 개봉하는 제 영화 시사회에 꼭 와달라"고 요청했다.
통화를 마친 후 영화인들은 함께 박수를 치고 김 지도위원을 격려했다. 정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크레인에 같이 있고 싶지만, 경찰이 막는데다 쇼처럼 보일 것 같아 안타깝다"며 "흡족하진 않지만 영화인들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전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과의 대치가 길어져 정 감독은 이날 오후 7시로 예정됐던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유명 영화인들까지 희망버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김진숙을 찾는 이는 BIFF를 망치려는 외부세력"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잃은 모양새다.
김 지도위원을 방문한 후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이동하는 영화인들을 보고 영도 삼거리에서 희망버스 반대집회를 준비하던 한 지역 주민은 "왜 영화인들이 김진숙을 만나느냐"고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영화인들을 대표한 정지영 감독은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후 <남부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하얀 전쟁> 등을 만들었다.
▲영화인들의 단체 이동을 경찰은 불법 집회로 규정해 통제했다. 이 때문에 영화인들의 당초 일정이 변경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지지 메시지 이어져
이날 스케줄 문제로 인해 김 지도위원을 찾지 못한 많은 영화인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 남겼다. 이번 BIFF에 핸드프린팅을 남길 세계적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희망버스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고, <똥파리>의 여주인공 김꽃비는 BIFF 개막식에 한진중공업 유니폼을 입고 참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영화인들이 작성한 보도자료에 입장을 전한 영화인도 많았다. 임순례 감독은 "그녀(김진숙)가 환히 웃으며 계단을 내려와 땅을 내딛는 해피엔딩 스토리가 그 어떤 영화보다 기다려진다"고 전했다.
▲영화인들이 85호 크레인 인근으로 이동해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모습. 영화인들은 "더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다"고 경찰에 요청했으나 경찰은 접근을 막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광복절특사>, <라이터를 켜라> 등의 각본을 쓴 박정우 감독은 "희망버스는 영화제를 확장하는 거대한 극장"이라며 "부산시와 행정당국은 (희망버스를 막지 말고) 오히려 희망버스 집회를 보호하고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국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총 4000여 명(주최측 추산)의 희망버스 참여자들은 이날 오후 6시경 부산역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미리 집회를 신고한 보수단체의 행사로 인해 흩어진 후 남포동 BIFF 광장에 모여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밤 10시 30분경 인디밴드 행사를 끝으로 85호 크레인을 향해 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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