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장애인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발생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은 여전하다.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보신에만 급급한 행정기관의 행태 역시 여전하다. 실제로 인화학교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안순일 전 광주시교육감(현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학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학교 구성원들의 진정서와 탄원서를 다섯 차례나 외면했다.
그뿐 아니다. 교과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인화학교 사건에 연루된 일부 교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 조치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이 해당 교사들을 징계할 길이 사라진다. 물론, 반론이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인화학교 일부 교사의 복직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봐주려고 작정한 교원소청심사위?
과연 그럴까. 성폭력 사건 은폐 및 동료 교사와의 부적절한 행위 등의 이유로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은 인화학교 교사에 대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문을 직접 읽어보면, 진실이 드러난다. 우선 당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해당 교사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취소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해당 교사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인화학교에 복직했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2일 보도자료가 오히려 사실과 다르다.
징계를 취소한 근거를 읽어보면,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결정문에는 "성폭력 피해사실의 은폐사건의 구체적인 일시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라고 돼 있다. 또 "청구인이 언제, 어떻게, 왜, 어떠한 법령을 위반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라는 점이 징계 취소의 주요 근거로 돼 있다. 지극히 지엽적인 이유로 징계를 취소한 것이다. 결정문에서 '청구인'으로 돼 있는 교사가 저지른 행동들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이미 자세히 기재돼 있다. 관련 증언 역시 확보돼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무시하고, 오로지 징계 결정문 자체의 형식적인 흠결만을 근거로 징계 취소 결정을 내렸다. 물론, 애당초 징계 결정문 자체가 허술하게 작성된 점 역시 문제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힘든 장애 학생들의 조건을 악용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실체적 진실을 굳이 외면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상습적인 성폭력 관련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일시'를 적도록 요구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인화학교 사건은 일회성 성폭력 사건이 아니다. 장애를 지닌 어린 학생들에게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저질러신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일시'를 따져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이 저질러졌고,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징계 요건은 성립한다는 것.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비롯해 사건 관련 행정책임자들은 그저 발뺌하기에만 바빴다. 인화학교는 문을 닫아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성폭력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영화 <도가니> 속 한 장면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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