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은 4일 오전 10시30분 대한항공 KE788편으로 일본 후쿠오카(福岡) 공항을 출발해 오전 11시 55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나온 탈북자들은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이용해 얼굴을 가린 채 보딩 게이트를 통해 나왔다. 이들은 경찰에 둘러싸여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해 입국장 옆 통로로 공항 귀빈주차장으로 가 대기하고 있던 소형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탈북자 대표 1명은 입국장 앞에서 언론에 입국 소감을 밝히기로 했지만 국가정보원 등은 애초 계획을 바꿔 언론 접촉을 차단했다.
이들은 경기 시흥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로 이동해 국정원과 경찰, 군 관계자로 구성된 합동신문조에 의해 탈북 경위와 경로, 귀순 의사 등을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보통 2~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소요된다. 탈북자들이 조사를 마치면 경기 안성에 있는 탈북자 임시 수용시설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정착 교육을 받게 된다.
▲ 목선을 타고 표류하다 일본에 도착했던 탈북자 9명이 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일본 언론들에 의해 탈북자들의 일부 신상과 탈북 경위가 전해져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후지TV>에 따르면 탈북자 중 남성 1명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지낸 동암(東岩) 백남운(白南雲)이며, 자신의 아버지는 조선 노동당에서 한국인 납치 업무를 담당한 간부라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운은 1948년 월북한 후 1967년 12월에서 1972년 12월까지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역임했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상무위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방송은 백남운이 일본 히토츠바시대(一橋大, 당시 도쿄상과대학(東京商科大學))를 나온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북한에서 초대 내각 교육상과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역임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탈북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인 100여 명을 납치해 간첩 교육을 한 뒤 한국으로 돌려보냈다고 증언했다며 향후 한국에서 북한의 공작 활동 일부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탈북자들의 북한 생활과 탈출 경위에 대한 증언을 보도했다. 탈북자들은 애초 목선을 타고 한국으로 향하다 폭풍우를 만나 일본 쪽으로 표류한 것으로 보였지만, 간이 나침반을 이용해 스스로 항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07년 6월 다른 탈북자 가족 4명이 일본으로 표류해 오자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보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일본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탈북자 중 한 명은 인민군 소속 수산기지에서 오징어와 낙지 등을 잡았고 다른 탈북자도 암시장에서 수산물을 팔아 생계가 아주 어려운 처지는 아니었지만,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북한에서 단파 라디오를 통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들었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한 명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방에서 먼저 탈북한 친척과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우편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보도에 대해 "면담 관련 사항 및 여러 정황에 대해 양국 정부간 긴밀히 협조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신변안전 문제가 있어 확인해 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지난 13일 목선을 타고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앞바다로 표류해 지금까지 나가사키(長崎)의 입국관리센터에서 보호를 받아왔으며 모두 한국행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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