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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에서 복지 비중이 역대 최고? 실상은…"

[오건호 칼럼] "2012년 예산안에서 수정돼야 할 네 가지"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집권 해인 2012년 예산안이 공개되었다. '다른 나라들이 재정위기에 허덕이는데 균형재정을 곧 달성한다', '일자리 확충에 중점을 두었다', '복지 비중이 역대 최고다' 등 자화자찬이 이어진다. 마치 빈 깡통이 요란한 격이다. 내가 보는 내년 예산안의 문제점과 수정되어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쁜' 균형재정

첫째, 내년 예산안의 핵심은 2013년 균형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엄격한 지출 통제에 있는데, 이 때 정부가 내세우는 '균형 재정'은 우리나라 재정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 '나쁜' 균형재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부터 재정지출 증가율을 세입증가율보다 2~3% 낮게 두는 '재정준칙'을 수립해 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지출 증가율이 세입증가율 9.5%보다 무려 4% 포인트나 낮은 5.5%로서, 재정준칙이 더욱 강하게 적용되었다.

많은 나라들이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어떤' 균형재정인가에 있다. 균형재정은 세입과 세출을 맞추는 일인데,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불균형은 결코 지출의 과다에서 발생하고 있지 않음에도 정부는 지출에서 처방을 찾고 있다.

재정지출 규모를 비교해 보면, 2011년 한국은 GDP 28.0%로서 OECD 평균 45.6%, 유럽국가 평균 49.3%에 비해 턱없이 작다. 나라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어려울만큼 빈약한 재정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근본원인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내년 명목 경제성장률이 7.6%(실질 경제성장률은 4.5%)에 달한다. 지출 증가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기에 GDP 대비 국가재정 비중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출 통제가 아니라 계층별 형평성에 맞게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을 상향해 가는 게 옳은 길임에도, 이명박 정부는 자꾸만 거꾸로 간다. 최근에 법인세, 소득세 최고 구간 추가 인하 계획은 철회되었지만, 임기 내내 진행된 감세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하향세를 걸어 왔다. 2008년 20.7%였던 조세부담률은 올해 19.3%로 낮아졌고, 내년에는 19.2%로 떨어진다. 우리나라 재정 현실에서 조세부담률을 낮추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재정지출 통제를 통해 달성된 균형 재정은 재정의 역할을 방기하는, 본말이 전도된 '나쁜' 균형재정이다.

작년에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재정수지 적자 예상치가 GDP 2%이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올해 국세가 예상보다 5조원이나 더 걷힐 것으로 전망돼, 실제 재정수지는 GDP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부채도 GDP 30%대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균형재정을 강행할만큼 상황이 급박하지는 않다.

왜 이리 정부가 서두를까? 2013년 균형재정 청사진이 담긴 예산안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참인 2012년 말에 제출된다. 내년 예산안이 글로벌 재정위기 국면에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이명박정부가 균형재정 카드를 내년 대선 공간에서 활용하려는 정치공학적 이유가 과도한 재정준칙 적용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분야 지출 커

둘째, 내년 예산안의 지출구조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재정은 과거 '경제지출'에서 '사회지출'로 전환돼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OECD 재정대비 경제분야 지출 자료를 보면(조사대상 26개국), 2006년에 OECD 평균이 10.3%인데 반해, 한국은 21.3%로 두 배이다. 비교분석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예산안에서 주목해야할 분야가 SOC 지출과 R&D 투자 분야이다. 4대강 사업과 엑스포사업을 제외한 SOC 지출은 올해 21.0조원에서 내년 22.2조원으로 6.1% 증가한다. 내년에도 토목경제에 대한 의존이 크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라고는 하지만, R&D 분야 지출이 내년 16.0조원으로 7.3% 증가한다. 이 중 '신성장동력 등 연구개발 투자'에 소요되는 재정이 9.4조원에 달하는데, 재벌대기업이나 소수 집단들이 이 지출의 간접적 수혜를 차지할 수 있어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초라한 복지 분야

반면 복지지출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내년 복지 지출은 올해 86.4조원에서 내년 92.0조원으로 5.6조원, 6.4% 증가한다. 이를 두고 정부는 역대 최고 금액이고, 재정대비 비중도 올해 28.0%에서 28.2%로 최고를 갱신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예산안 금액은 경상 수치로 표시되기에, 절대 금액은 항상 최고를 기록하기 마련이고, 재정대비 비중 28.2%도 사실을 알고 나면 너무도 부끄러운 수치이다.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의 [2011년도 업무계획] 보고 자리에서 올해 우리나라 복지 비중이 재정의 2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다며 이제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OECD 국가들은 재정의 평균 절반을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 내년 28.2%의 복지 비중을 가지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몇 위를 할 수 있을까? 꼴찌이다. 복지지출이 재정의 20%대에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혹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28.2%를 자랑할까봐 걱정이다.

최근 대한민국 민심이 복지 확대를 말하고 있다. 다른 나라 복지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는 당연한 요구이다. 그런데도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은 평균 6.4%로서 세입증가율 9.5%는커녕, 경제성장률 7.6%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수 증가분만큼도 늘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GDP 대비 복지 비중도 하락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재정지출 평균증가율이 5.5%로 낮게 설정되었기에 재정대비 복지 비중은 다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코메디가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 내년 복지분야 증가액 5.6조원은 어떤 사업에서 나온 것일까? 공적연금 증가분이 3.2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것은 정부의 예산편성 재량권과 무관하게 공적연금 제도의 급여산식에 따라 보험료를 냈던 가입자들이 받는 금액으로서, 정부로서는 법령에 따라 수행하는 의무지출이다. 나머지 증가분도 거의가 의무지출 몫이다. 정부 보도자료에서 확인되는 것만으로도, 기초생활보장급여 0.4조, 건강보험 국고지원분 0.3, 보훈보상금 0.2조, 보육료 지원 0.1조, 기초노령연금 0.1조 등 의무지출 증가분이 1.1조에 달한다. 여기에 대부분 융자금이어서 복지 지출로 보기 어려운 주택부문 증가분이 0.9조원이 있다. 결국 의무지출분, 주택지출분 증가분이 최소 5.2조원을 차지하고, 정부의 예산편성 재량권이 적용된 복지지출은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0.4조원 이하이다. 이는 내년 예산안에서 실제 정부 예산편성의 재량권이 개입되는 복지지출 증가는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내년 예산안이 '일자리 예산'이라고?

일자리 지출도 실망스럽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이름을 '일자리 예산'으로 지었다. 내년 예산안에 청년 창업 활성화, 고졸자 취업 지원, 문화/관광/글로벌 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4대 핵심 일자리가 확충된다는 게 작명의 근거이다.

도대체 이 사업에 얼마가 배정되었을까? 올해 1.4조원이 내년 2.0조원으로 고작 0.6조원 증가한다. 증가율만 보면 38.9%로 높지만, 절대 금액으로는 도토리 키재기이다. 정부가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도입하는 저임금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액도 총 670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전체 일자리 관련 예산 총액이 올해 9.5조원에서 내년 10.1조원으로 엇비슷한데도 '일자리 예산안'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민생을 강조해야 하기에 '일자리 예산'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는 별 내용이 없는 빈 깡통이다.

한편, 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지출 증가율이 높은 분야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되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이다. 지방교부세는 올해 30.2조원에서 33.1조원으로 9.6%,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5.3조원에서 38.5조원으로 9.1% 증가한다.

정부는 지방이전재원이 중앙정부 지출보다 더 크게 증가하여 지방재정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마치가 자신이 행한 것처럼. 하지만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관련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세입의 일정 비율이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금액으로,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돈이다. 그래서 다행히 내년에 세입증가분 만큼 지방정부에게 교부금이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지방교부금마저 법정 의무금이 아니라 중앙정부 재량 편성금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세제개혁은 방기, 공기업 매각은 집중

셋째, 내년 예산안에서 수입 분야도 기존 작은 수입구조를 그대로 방치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재정 수입은 국세 수입과 세외 수입으로 구성되는데, 국세 수입을 먼저 살펴보자.

국세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성장률(세금 부과대상인 부가가치 크기)와 세제개편이다.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4.5%, 명목 경제성장률을 7.6%로 전망한다. 이에 대해 많은 경제관련 기관들이 너무 낙관적인 수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통 경제성장률 하락할 경우 세수 감소를 우려하지만, 이 보다는 경제인프라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경제성장률 4.5%는 민간 경제연구기관 예측치보다 약 0.5~0.9% 포인트 높은 것인데, 이로 인한 세수 차이는 약 1~2조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세제개편은 개혁이 시급한 영역임에도 별다른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조세개혁 방향의 방향으로 꼽히는 낮은 직접세율의 상향, 과도한 비과세 감면의 축소, 탈루소득 과세인프라 강화 등의 내용이 빠져 있다.

우선 직접세율 상향은 소득세,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 계획이 부분적으로 철회되는 수준에 그쳤다. 법인세 중간구간(법인이윤 2~500억원)이 신설되어 중견기업에게 예정되는 법인세율은 계획대로 22%에서 20%로 인하되고, 이미 시행된 대기업 법인세 1단계 인하(25% -> 22%), 종합부동산세 감세 등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올해 31조원이 넘는 비과세 감면도 거의 손대지 않았다. 대기업에게 집중되는 R&D 세액공제(올해 2.8조원)도 계속 제공되고, 상시적인 법인세 감면제도로 전락한 임시투자세액공제(올해 1.4조원)도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로 이름만 바뀌었을뿐 실제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과세인프라 개혁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대기업의 변칙적 상송 증여로 활용되어 온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항목이다. 그런데 이에 따른 세입 예상액이 고작 0.1조원에 불과하다.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이번 예산안의 세외수입 분야에서는 공기업 매각 수입이 눈에 띈다. 정부는 지분 매각을 통해, 기업은행 1.0조원, 산업은행 0.9조원, 인천공항공사 0.4조원 등 총 2.3조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3대 공기업의 예상 매각액이 한 해 예산에 동시에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공기업 매각의 정당성 여부도 논란거리이고, 최근 금융시장 환경에서 매각이 가능할 지도 불투명하다. 이 역시 균형재정을 위한 정부의 애타는 노력의 일환이다.

작은 재정수입은 방치, 빈약한 복지지출은 통제

정리하면, 내년 예산안에서 재정지출은 총량과 구성에서 모두 악화되고 있다. 총량에서는 재정지출 증가율이 재정수입 증가율은 고사하고 경제성장률에도 못미쳐 내년에 GDP 대비 재정 비중이 더욱 하락할 것이다. 지출 구성에서는 여전히 경제지출이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복지는 '역대 최고' 홍보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 중 계속 꼴찌를 면치 못할 것이다.

반면 작은 재정수입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국가재정의 튼튼한 버팀목이어야 할 조세부담률은 내년에 19.2%로 더 하락한다. 조세부담률이 낮아지면 국민 부담이 줄어들어 좋은 일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조세의 누진성을 감안하면, 이는 그만큼 상위계층들의 부담이 경감되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근로소득자 40%, 자영자 45%가 면세점 이하에 있어 사실상 중간계층 이상 국민들만 누진적으로 감세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내년 1인당 세금 34만원 는다"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세금의 누진구조를 무시하고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해 조세 저항을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한 못한 보도 방식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수정돼야할 네 가지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감세, 4대강 사업, 복지지출 통제 등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재정의 수난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정기국회에서 야당, 시민사회, 진보진영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청된다. 이번 예산안 대응활동은 내년 선거 공간에서 핵심 주제로 다루어질 '복지국가 재정 확충'을 위한 전초전이기도 한다. 다음 네 가지에 주목하자.

첫째,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지출 총액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는 근래 복지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며,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서 내수를 활성화하는 적극적 투자이기도 하다. 대기업에게 깍아 준 세금은 회사 내부에 쌓이기만 하지만, 서민에게 제공된 복지는 모두 내수 시장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둘째, 과도하게 적용된 재정준칙을 완화해야 한다. 만약 지출증가율과 수입증가율 차이를 예산안의 4%에서 2% 이내로 조정하면 6조원 이상의 복지 재정이 확보될 수 있으며, 그래도 재정수지는 GDP 1%대에서 관리된다. 필요이상으로 재정지출을 옥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지출 구조에서는 SOC 분야 등 경제지출을 줄이고, R&D 세액공제 등 주로 대기업에게 제공되는 비과세감면을 없애야 한다. 근래 복지재정 논의에서 토목지출 축소, 비과세 감면 등은 대부분의 정치세력, 시민사회가 동의하는 것임에도, 유독 이명박정부가 이를 거스르고 있다.

넷째, 대폭적인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직접세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세제개편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예산안 대응활동에서 시민사회가 복지지출 재원으로 삼았던 4대강사업이 형식상 종료되고 추가 부자감세도 일부 철회되었다. 결국 내년 예산안 대응이나 복지국가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증세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을 우회할 수 있는 복지목적세로서 사회복지세 도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소 길지만, 올해 예산안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네 가지가 수정돼야 한다. 무엇보다 민심의 요구에 부응해 복지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은 재정준칙 완화를 통한 지출 총량 증액, 경제예산의 복지지출 전환, 그리고 사회복지세 신설 등 3대 영역의 예산안 수정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

▲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부 예산 운용의 초점을 복지에 맞춰야 한다는 신호다. ⓒ프레시안(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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