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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세가 가장 좋은 세금인 이유

[이태경의 고공비행] "형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세금"

복지국가 논쟁이 뜨겁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복지국가를 둘러싼 담론싸움이 중요한 위치를 점할 것도 분명해 보인다. 복지국가를 '복지'로 이해하는 것은 협애한 관점이지만, '복지'가 복지국가 안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복지국가 담론이 한국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이래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된 논쟁의 축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간의 대결이었다.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이 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이면에 깔린 사상적 배경이 바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선별적 복지'의 역습이었다. 결과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셀프탄핵으로 귀결됐다.

오 전 시장이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추진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됐다고 해서 서울시민들이 '보편적 복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확실히 경솔해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진영 내에서는 '선별적 복지'에 대한 '보편적 복지'의 우위가 두드러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정 마련은 어떻게?

복지의 인식 및 수혜대상을 둘러싼 논쟁이 '보편적 복지'의 승리로 정리됐다고 가정할 때 그 다음 과제는 재원 마련이다. '보편적 복지'는 '선별적 복지'에 비해 더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한다.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기 위한 재정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출 조정 및 절용, 다른 하나는 증세이다.

물론 세출조정 및 절용을 통한 복지재정 확보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고 이의 추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재정규모가 GDP대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작아 세출조정 등만을 가지고는 복지재정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세출조정을 통한 복지재정 확보 시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하는 대표적인 항목이 SOC예산 및 국방예산일 것이다. SOC예산 및 국방예산 중 일부의 복지예산으로의 전용은 단지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정책목표 만이 아니라 토건국가 해체 및 평화체제로의 이행이라는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SOC예산 및 국방예산예산 가운데 실제로 얼마정도의 예산을 복지예산으로 전용할 수 있을지는 정치한 분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세출조정 및 절용 등만을 통해서는 '보편적 복지'구현을 위한 재정확보가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오건호(2011)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향후 10년간 OECD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복지지출 규모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필요한 추가 복지재정 규모는 약 130조원에 달하며, 5년 이내에 그중 절반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약 65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건호의 계산조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그룹의 주장에 비하면 퍽 온건한 것이다.

물론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시현이 가능하다면 최선이겠지만, 그게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결국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보다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관건은 어떤 세금을, 얼마만큼 거두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점이다.

좋은 세금의 기준은 공평성과 효율성

흔히 우수한 세금의 기준으로 두 가지를 들곤 한다. 공평성과 효율성이 그것이다. 효율성은 다시 경제적 효율성과 제도 운영비용으로 구성된다.

공평성이란 납세자들 사이에서 공평한 부담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디 조세라는 것이 국가가 수행하는 사업의 비용을 국민으로 하여금 부담시키는 수단-물론 조세는 그 밖에 소득재분배, 특정행위의 촉진과 억제 등의 작용도 한다-이기 때문에 조세부담의 공평성은 지극히 중대하다.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재는 기준은 다시 便益原則(benefit principle)과 能力原則(ability-to-pay principle)으로 구분할 수 있다. 편익원칙은 각 납세자가 정부서비스로부터 받은 혜택, 즉 편익에 의해 공평한 조세부담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보는 접근법이다. 능력원칙은 각 납세자가 가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평하다고 보는 원칙이다. 한편 능력원칙은 똑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는 똑같은 세금부담을 져야 한다는 수평적 공평성(horizontal equity)의 원칙과 더 큰 경제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의 원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효율성 가운데 경제적 효율성은 우수한 세금은 자원배분 과정에서의 교란을 작게 만들어 경제적 효율성의 상실을 극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한 특정 조세제도를 운영하는 행정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 효율성에서 말하는 제도 운영비용이다.

쉽게 말해 좋은 세금은 납세자들 대부분이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생산이나 유통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세금을 파악하고 수취하는 행정비용이 적게 드는 세금이다. 사회보장기여금을 제외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세금, 즉 소득세, 법인세, 자산세, 소비세 등은 공평성과 효율성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공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충족시키며 심지어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키는 세금이 있다. 토지세(지대세)가 바로 그 세금이다.

형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세금, 토지세(지대세)

세금의 공평성을 잴 때 흔히 편익원칙과 능력원칙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 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국민소득을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으로 구분해 불로소득에 먼저 과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정신에도 부합하고 조세정의에도 기여한다. 편익원칙과 능력원칙은 불로소득에 과세한 이후 세입이 불충분할 경우에 조세의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용하는 것이 옳다.

불로소득의 대표 그것도 기여는 없고 폐단만 있는 불로소득의 대표가 토지불로소득이다. 토지불로소득은 자연적 원인(위치, 토질 등), 사회적 원인(인구의 변화, 토지이용기술의 발달, 토지생산물에 대한 사회의 수요 변화 등), 정부적 원인(정부의 직접적인 토지개발, 토지의 용도지정, 개발허가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토지소유자의 노력이나 기여는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더욱이 토지불로소득은 기여/폐단의 정도, 무책손실의 가능성, 기회획득의 불평등성 등을 기준으로 할 때 다른 불로소득(예컨대 이자소득, 주식양도차익, 상품 및 용역에 발생하는 불로소득 등)과 비교해 최악의 불로소득이다.

이 같은 토지불로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토지세(지대세)다. 토지세가 담보하는 공평성은 편익원칙과 능력원칙 보다 우월하며 선제적이다.

또한 토지세는 경제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 중립적 세금이다. 대부분의 세금은 이른바 초과부담(excess burden) 또는 사중적 손실(死重的 損失, deadweight loss)를 초래하는데 이는 조세로 인해 납세자가 세액 이상의 효용을 상실한다거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해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세금은 국민의 소득을 줄이고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며 거래를 위축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는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토지보유세(지대세)를 부과해도 토지소유자가 부담을 타에 전가시킬 수도 없고-즉 토지보유세가 토지소유자에게 고스란히 귀착되고-공급이 위축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은 경제에 중립적이다.

토지세(지대세)는 경제에 중립적일 뿐 아니라 경제효율을 높이는 역할까지 한다. 티드먼(N. Tideman)과 플래스먼(F. Plassman)은 총 조세수입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토지 및 자연자원에 대한 과세를 늘이고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을 단행할 경우 경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G7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데, 그 분석결과가 매우 인상적이다(<표 1> 및 <표 2>).

<표 1>

▲ 자료: N. Tideman & F. Plassman(1998), "Taxed out of Work and Wealth: the Cost of Taxing Labor and Capital," in F. Harrison ed., The Losses of Nations, Othila Press Ltd.

<표 2> 세제개혁이 이루어질 경우 예상되는 초과부담의 감소, 저축률·자본스톡의 변화

이에 의하면 세제개편 후 국내순생산(NDP)이 작게는 29%, 많게는 92% 증가할 것이며, 초과부담은 작게는 14%, 많게는 5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각 국가의 저축률도 크게 증가할 것이며, 자본스톡은 세제개편 후 5년 간 작게는 18%, 많게는 1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티드먼(N. Tideman)과 플래스먼(F. Plassman)은 위의 연구에서 지대조세제(노동과 자본에서 조세를 감면하고 토지 등 자연의 기회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대가를 징수해 대체하는 조세제도)를 채택할 경우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완전하게 차지할 수 있으므로 생산을 증진시킨다는 점, 자본과 자본소득에 대한 조세를 감면함으로써 저축이 촉진된다는 점, 토지 등 자연의 기회에 대한 이용대가를 징수함으로써 적정 이용을 촉진한다는 점, 토지 기타 자연의 기회에 대한 투기를 근절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투기로 인한 자원의 저이용을 막는다는 점 등의 이유로 경제적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증진된다고 하였다.

물론 티드먼(N. Tideman)과 플래스먼(F. Plassman)의 연구는 지대조세제를 기준으로 경제적 효율성 변화를 측정한 것이긴 하지만, 토지세(지대세)의 경제적 효율성을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편 토지세(지대세)는 세원파악, 과표 평가, 징수, 민원 처리 등의 처리에 드는 행정비용이 다른 세금과 비교해 훨씬 적게 드는데, 토지는 누구나 볼 수 있고, 이동하지 않으며, 토지 간의 비교도 용이하고, 조세당국의 실수·재량·부패가 개입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끝으로 토지세(지대세)는 그 특성상 절세 노력이 과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납세자가 절세를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고 신고할 필요도 없어 납세자가 세금 납부 이외의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거의 없는 세금이다.

증세는 토지세(지대세)부터

위에서 살핀 것처럼 토지세(지대세)는 공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충족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후생증가를 담보하는 최적의 세금이다. 기실 토지세(지대세)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확증되어 새삼 논증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토지세(지대세)야말로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에 가장 부합하는 세금이라 할 것이다. 토지세는 소득세나 법인세, 다른 세금에 부가세(surtax)개념으로 붙는 사회복지목적세 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세금이다.

토지세의 이론적 우수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의 벽(현재 부동산보유세의 가파른 누진적 부과체계, 지나치게 비대한 토건관련 경제부문,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일 정도의 자산분포상태, 건국 이래 누적된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과 문화 등) 때문에 토지세(지대세)위주의 증세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일군의 학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자산관련 세금이 OECD 평균에 비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토지세(지대세)위주의 증세는 가능하지 않다는 반론도 엄연히 존재한다.

토지세(지대세) 위주의 증세에 회의적인 의견들은 분명 일리가 있으며 한국사회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사회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의 현실을 감안할 때, 조세에서 자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토지세(지대세)를 중심으로 하는 증세는 현실적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현실은 강고하고 변화는 지난하지만, 노력과 기여에 대한 대가를 보장하고 불로소득은 환수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가재정의 구성을 혁신하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을 가지고 경제시스템과 국가재정을 개혁하겠다는 결단이 없이는 토지세는 증세 패키지 중의 하나에 그치기 쉽다.

물론 토지세(지대세)위주의 증세를 단행한다 하더라도 미리 논의될 과제들이 허다하다. 언뜻 생각해 봐도 토지세를 현재의 지가세와 지대세 가운데 어떤 것으로 할지, 지대세 위주의 증세를 추진할 때 현재 추정되는 지대(토지임대료, rent)70조원 가운데 얼마를, 언제까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비례 혹은 누진)으로 환수할지, 다른 세금들은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을 병행할 것인지 같은 주제들이 토지세(지대세)위주의 증세에 선행해 결정되어야 할 주제들이다.

증세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증세를 피할 수 없다면 힘들더라도 가장 좋은 세금인 토지세(지대세)위주의 증세를 하는 것이 옳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토지세(지대세)위주의 증세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하고 집행한 자들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역사가 보여준다.

(이 칼럼은 "김윤상, <지공주의 : 새로운 토지 패러다임>, 경북대학교 출판부, 2009", "이준구, <재정학>, 다산출판사, 2007"에 크게 의존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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