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불법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해고‧징계‧노조탈퇴 등 인사노무관리를 하청업체 사장에게 직접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A사내하청 업체 B총무가 지난해 12월 6일부터 올해 9월 5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산공장 내에서 진행된 각종 업무를 적어놓은 수첩을 입수해 18일 공개했다.
수첩에는 사내하청 업체를 관리하는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지원팀이 사내하청 업체 사장들을 모아 주 2~3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협력지원팀이 하청업체 사장을 통해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해고‧징계‧조합탈퇴‧휴직 등 모든 인사노무관리를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실명으로 상세하게 적혀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인사노무관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첩에는 현대차 협력지원팀이 지난해 파업한 조합원 중에 해고‧정직‧통장 가압류 대상자를 직접 지목했다는 내용이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확인한 결과 수첩에 나와 있는 회의 결과에 따라 모든 인사노무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하청업체 사장을 시켜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했으며, 탈퇴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정황도 자세히 실려 있다. 현대차의 지시에 따라 하청업체는 지난 1월 "조합원 상세명부를 작성해 현대차 관리직원에게 우편"을 보냈다. 2월 7일 현대차의 F과장이 A하청업체를 방문해 "품질문제 관리 철저 및 조합원 탈퇴역량 강화"를 지시하자, 하청업체는 10일 김 모 조합원의 탈퇴서를 현대차 협력지원실로 팩스로 보냈다. 11일 15시경에는 김 조합원에게 "향후 노조활동이 없도록 한다"는 확답을 받아 현대차 F과장에게 보고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작업을 벌인 정황도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H과장은 2월 8일 오후 2시 의장부 사내하청업체 총무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그동안 현대차의 로고가 찍혀있었던 작업표준서와 부품들의 사양 식별표, 관리대장을 "업체 것으로 변경해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A업체는 작업 표준서 업체명을 현대차에서 하청업체 이름으로 바꿨고, 14일 사양 식별표 원본을 USB로 받아와 업체명으로 수정했으며, 15일 현대차의 F과장과 G대리에게 보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아산공장에서 발견된 수첩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업체는 유령회사에 불과하고,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용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이명박 정부와 검찰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을 당장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도 "현대자동차 원청의 사용자성 및 부당노동행위의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라며 "현대차는 더 이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