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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산 고추들의 덜 매운 복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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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산 고추들의 덜 매운 복귀작

[화제의 음반] '노장'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레니 크래비츠의 신보

레드 핫 칠리 페퍼스 [I'm With Wou]

▲캘리포니아산 고추들의 열 번째 앨범 [I'm With You] ⓒ워너뮤직
더 이상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 신보 [아임 위드 유(I'm With You)]는 무려 열 번째 정규앨범이며, 이들은 30여 년에 가까운 활동기간 동안 언제나 만족스러운 앨범을 내놨다.

그러나 90년대의 명반 [블러드 슈가 섹스 매직(Blood Sugar Sex Magik)]을 발표한 후 방황하던 이들은 90년대를 마감하는 [캘리포니케이션(Californication)]으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걸었고, 그때부터 이들은 여전히 좋은 음악인이지만 '더 이상 기대할 건 없는' 대형 밴드로 변했다(이건 진화와 다르다).

[I'm With You]는 팬들의 기대치에 딱 맞는 앨범이다. 여전히 전성기처럼 달리지만 대중화된 부드러움을 껴안은 트랙(Monarchy Of Roses, Factory Of Faith, The Adventures Of Rain Dance Maggie)이 있고, 대형 밴드로 변한 이들의 서정적인 감성(Ethiopia, Did I Let You Know, Police Station)도 예상대로 넘실댄다.

특정곡을 지칭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곡들이 [Californication], [By The Way], [Stadium Arcadium]의 특정곡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

이 말은, 결국 이 앨범은 여전히 대단히 듣기 좋다는 뜻이다. 서부를 대표하던 명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멤버들은 서로 눈빛만 보고도 몇 번의 합주 끝에 곡들을 뚝딱 만들어냈을 듯하다.

여기까지다. 예전과 똑같다. 신선한 자극은 없다. 곡들이 좋지만 앨범의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주의가 산만해진다. 두어 번만 들어도 앨범의 전반적 리듬이 잔향을 울리지만 딱히 감동적이진 않다.

새삼스럽게 이들이 노장임이 재확인되는 앨범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들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주름잡던 음악인들 대부분의 근작은 대단히 '구렸다'는 점이다.
들어라 : RHCP 팬, 톡식(Toxic)으로 RHCP를 알게 된 팬, "록이라면 90년대지!"라고 지금도 외치는 당신.

구릴 걸? : 라디오헤드의 [Kid A]가 X같았던 주류 록을 깨부쉈음에 감사하는 모든 이들.

레니 크래비츠 [Black and White America]

▲레니 크래비츠 [Black and White America] ⓒ워너뮤직
90년대 초반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가 발매한 석 장의 앨범은 당대 최고의 팝 센스를 뽐냈다. 리듬감은 안전한 범위 안에서 힘 있게 퉁퉁 튀고 있었고, 멜로디 라인은 웬만한 팝스타들의 그것보다 더 빼어났으며, 적당한 수준의 로킹함도 살아 있었다.

"로큰롤은 죽었다"고 외치다 정작 자신이 망가진 이후, 더 이상 레니 크래비츠는 섹시하지도, 힘이 넘치지도 않았다. 지향점을 정리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의 행보는 여태껏 그가 영향받은 음악인의 넓은 스펙트럼만큼이나 분열적이었다.

대형 레이블과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상업적으로 망해가는 음악인들의 전형적 코스인) 로드러너와 계약을 맺고 아홉 번째 앨범 [블랙 앤드 화이트 아메리카(Black and White America)]를 내놨다. 그런데, 드디어 그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 앨범은 과거로의 회귀다. [렛 러브 룰(Let Love Rule)]보다 댄서블하고 [마마 세드(Mama Said)]보다 펑키하며 [아 유 고나 고 마이 웨이(Are You Gonna Go My Way)]보다 로킹하다. 제이-지, 드레이크 등의 힙합 음악인을 끌어들여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된 곡들을 수록했나 하면, 그의 초창기 명곡 <Mr. Cabdriver>를 연상케 하는 리듬감이 앨범 곳곳에 배어 있다. 근래 그가 만든 앨범 중 가장 리듬감이 빼어난 작품이다.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그의 말은 의례적 홍보 멘트이지만, 그 안에서 뽑아낼 수 있는 진실의 양은 전작에 비해 훨씬 많다. 여전히 예스러운 음악을 새롭게 노래하는 노장의 만족스러운 복귀작.
좋다 : 레니 크래비츠의 섹시함에 숨을 헐떡여 본 모든 이(정말 모든 이!), "흥! 프린스 형님을 두고 이런 음악이나 듣다니! 그…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냐!"

이런 것도 음악이라고? : 곧 드림 시어터 신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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