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으로만 돈이 쏠리고, 무형 자산은 제 값을 쳐주지 않는 문화가 한 이유였다. (☞관련 기사: 한국 재벌, '특허괴물' 욕할 자격 있나)
다른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홀대다. IMF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가 벤처 열풍을 일으키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등하자 준비가 안 된 개발자를 헐값에 채용해 현업에 투입하는 게 관행이 됐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기술을 습득해 개발을 하라는 건데, 결과는 무제한적인 야근이었다. 이는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노동환경이 하향 평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젊은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을 낳게 됐다. 지금 정부와 언론이 성토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이런 흐름의 자연스런 귀결이었다.
IT노조 "지각과 결근은 기록하면서, 야근은 왜 기록 안 하나"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IT산업노조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야근시계 앱(app) 개발자를 모집한다"라고 밝혔다. 야근 상황을 스마트폰에 기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게다. IT산업노조는 "대다수 IT업체의 사장들은 노동자들의 야근이 '공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지각이나 결근을 기록하는 것과는 달리 야근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을 하지 않거나 기록을 하더라도 기록 그 자체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IT산업노조는 "많은 IT노동자들은 '왜 우리의 야근은 공짜일까?'라는 의문 속에서 일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짜로 일을 한다면 그건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인 것"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연장근로수당 지급 자료, 회사가 순순히 내줄 가능성은 0%"
굳이 야근 상황을 기록해 둬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IT산업노조는 "노동부에 간단한 진정 절차를 거치면 그 동안 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연장근로 수당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법적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IT산업노조는 "대부분의 증거자료는 회사가 가지고 있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요구했을 때, 순순히 자료를 내어줄 확률은 0%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스스로 야근 시간을 기록해서 이후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IT노동자의 야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근시계 앱 개발자 모집은 지난달 31일로 마무리됐으며, IT산업노조는 오는 5일에 개발 일정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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