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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추도사 전문 : 신홍범] 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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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추도사 전문 : 신홍범] 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며

[리영희 선생님을 보내며]

리영희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생각하면 맨 먼저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 시절이 떠오릅니다. 선생님은 부장으로, 저는 기자로 여러 해 함께 일하면서 지내다가 해직됐습니다. '인류의 양심에 그어진 상처'라는 베트남 전쟁이 절정을 향해 치닫던 시절 저는 선생님이 이 전쟁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그 때 제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선생님의 글을 읽고 눈을 열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옛날을 돌아보며 선생님의 영면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과 함께 일하면서 언론인이 어떠해야 하며 지식인이 무엇인가를 배웠습니다. 지식인은 자신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자기의 시대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진실을 알려면 모든 고정관념을 버려 자유로워야 하며 앞과 뒤와 옆은 물론 깊이까지 철저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진실을 두려워하는 권력이 어떻게 선생님을 박해하는가를 법정에서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중공'에서도 사람들이 밥을 먹고 산다고 썼다가, 모택동이 진시황 이래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한 사람이라고 썼다가 다섯 번이나 구치소에 끌려가고 세 번이나 긴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선생님을 얼음같이 차가운 '이성'이라 하고 '진실'을 뜨겁게 사랑하는 불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요약하면 선생님은 '뜨거운 얼음'이 될 터인데, 저는 여기에 '따뜻한 가슴'이란 말을 보태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만나본 사람들은 선생님이 유머와 재치가 많고 매우 따뜻하며 다정다감한 눈물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낡은 윤전기에서 한겨레신문 창간호가 처음 나왔을 때 그 신문을 들고 울먹이며 눈물을 흘리던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진실'과 '이성'이란 두 말을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겨주셨습니다. 특히 언론에 그러합니다. 이성을 잃고 광기마저 드러내며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는 오늘의 언론을 보면서 이 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합니다.

이제 작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진실을 말했다고 박해하는 못된 권력이 없고, 분단의 아픔도 전쟁의 위험도 없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10년 12월 8일
신홍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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